대장간 풀무, 낫과 괭이, 어물전, 선술집, 한약방, 한켠에선 이발사의 가위질....
1970년대 어느 시골 장터에서 배창호(51) 감독을 만났다. 배 감독은 가야산 자락인 성주 가천시장 한모퉁이에서 영화 '길' 촬영에 여념이 없다. 영화 '길'은 70년대 시골장터를 떠돌며 다닌 한 대장장이 노인의 삶을 그린 작품. 배감독이 주연에다 감독까지 맡았다.
"70년대가 오래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우리 주위에서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대장장이의 발길을 따라 시골장터와 황톳길.염전.둑길 등 우리나라의 향토색 짙은 아름다움 담는 중이지요". 이곳 가천시장에서는 주인공이 50년대 젊은시절 장터에서 성장하는 모습과 시골장터에서 풀무질을 하면 쇠를 다루는 모습 등을 담고 있다.
배 감독은 "가천장터가 크지는 않지만 장터 곳곳에 옛 모습이 남아 있어 당시의 느낌과 정서가 묻어있"며 "이곳 주민들이 대거 엑스트라로 참여, 생동감을 더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천장터는 20년전 '토지'가 촬영된 곳으로 단역을 맡은 상당수의 노인들이 당시에도 출연 경험이 있어 촬영에 적잖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화 '길'은 내년 3월 개봉예정으로 흥행보다는 예술성을 담은 작품으로 국제영화제 출품도 고려하고 있다는 귀뜸. 이번 촬영을 위해 성주 곳곳을 둘러본 배감독은 "가야산을 배경으로 만귀정.독용산성.한개전통마을 등 우리 옛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곳이 많아 시대극 촬영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며 "고려시대 불교설화나 조선시대 선비모습 등을 그린 작품도 구상 중"이라고 했다.
성주에서 촬영을 마친 배 감독은 "예전에는 시골에서 영화 촬영이 힘들었으나 지금은 홍보차원에서 자치단체에서 도움을 주고 있고, 주민들도 촬영장을 찾아 음료수를 건내는 등 관심이 많아졌다"며 좋은 분위기를 전했다.
배 감독은 1982년 '어둠의 자식들'로 영화에 대뷔, '고래사냥 1.2'.'깊고 푸른밤','황진이','우리기쁜 젊은날' 등의 히트작을 냈으며, 2001년 6.25의 비극을 다룬 '흑수선'을 발표하는 등 최근들어 예술성 있는 작품 만들기에 정열을 쏟고 있다. 성주.박용우기자 yw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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