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씨 키우기-산문(항상 제 마음속에 살아 계시는 선생님께)

입력 2003-11-14 14:28:49

존경하는 선생님,

금년엔 유한히도 비가 많이 내리더니 이제는 밤이면 제법 날씨가 초가을 기분이 드는 것 같아요. 긴긴 여름 방학 동안 선생님께 편지 한 통 보내는 성의 마저 잊어버린 듯 이제서야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 안녕하셨어요?

사실은 나름대로 많이 바빴습니다.

영어구연동화 연습도 해야했고, 컴퓨터 시험준비를 하느라 숙제도 아직 옳게 다 못했다는 변명을 늘어놓습니다.

방학 동안 비가 오는 날이 많아서 보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었습니다.

때로는 문득문득 하루를 보내면서 선생님 생각도 많이 했지요. 그런데도 편지 쓰는 일은 왜 그렇게 힘들게 느껴지는지요. 어쩌면 아직도 제가 글쓰기에 자신이 없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어머니께서 선생님께 편지 쓰기는 왜 안하느냐고 하셔서 이렇게 제 방 침대에 누워 선생님께 편지를 씁니다.

지금은 조용한 밤입니다.

벌써 창문가에는 귀뚜라미 소리가 들려옵니다

선생님! 제가 4학년이 되면서 선생님을 담임 선생님으로 모시게 된 것이 제 학교 생활에서 가장 큰 행운이었고 항상 선생님을 뵈면 마음이 포근하고 따뜻하답니다.

제가 글짓기 대회 나가서 매번 실수하고 좋은 성적을 내지 못 했을 때도 괜찮다고 말씀 하시던 선생님.

그 땐 정말로 너무 부끄럽고 선생님의 저에 대한 배려가 너무 따뜻하셔서 울 뻔했습니다.

지금도 저는 생각합니다.

제가 선생님 같으신 분을 만나지 않았다면 4학년 올라와서 저 자신에 대한 실망이 얼마나 컸을까를 말이예요. 선생님, 너무 오랫동안 선생님을 뵙지 못하고 있으니까 너무 많이 보고 싶어요. 다정하신 목소리도 사실은 정말 듣고 싶어요.

선생님! 여름 휴가는 갔다 오셨는지요? 저는 외갓집 이모, 외삼촌과 함께 삼천포에 다녀왔습니다

그곳에서 삼천포대교를 보았고 바닷가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도 구경하였습니다.

특히 그곳에는 싱싱한 바다 생선회가 일품이었습니다.

이번 13일에는 아빠와 함께 청도 운문사 절에도 다녀올 생각입니다.

가까운 곳에 살면서도 아직 한번도 구경을 못해봤습니다.

방학동안 정말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았던 것 같은데 계획대로 다해보지 못한 일들이 정말 많아 아쉽습니다.

하지만 선생님! 선생님과 함께 공부할 2학기를 생각해보면 지금도 그저 신이 납니다.

언제나 열성적으로 공부를 가르쳐 주셨던 선생님, 선생님 특유의 재미있는 옛이야기도 제 머리 속에 차곡차곡 저장이 되어 있답니다.

또 글짓기 실력을 더 나아지게 하시려고 제게 주신 많은 정성 잊지 못 할 것입니다.

선생님의 정성에 따라갈 수는 없지만 2학기땐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본 선생님은 수학에 있어서는 척척박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려운 수학문제도 색다른 풀이방법으로 가르쳐 주셨던 선생님. 그래서 저도 수학이라면 이제 자신이 있습니다.

제가 선생님의 그런 은혜를 어떻게 다 잊을 수가 있을까요. 아직 11살 밖에 되지 않은 작은 마음이지만 제가 어른이 될 때까지 지금의 제 마음을 차곡차곡 꼭 가져갈 거예요. 그리고 선생님께서 제게 주신 많은 책만큼 저도 이 다음에는 크면 선생님께 책을 사드릴 수 있는 현지가 꼭 되고 싶습니다.

다른 여자아이들처럼 애교도 없고 무뚝뚝하기는 하지만 마음은 전혀 무뚝뚝하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선생님, 저도 방학마치고 새로운 2학기가 시작되면 실수를 하지 않는 새로운 현지가 될게요. 별로 말이 없는 제 성격은 선생님께서 이해해 주세요. 집에서도 고쳐지지 않는 고질적인 제 단점이거든요. 4학년이 되면서 생각도 많이 커졌고 마음의 집도 많이 커진 것 같습니다.

선생님을 만난 게 제 복이었던 것 같습니다.

여행을 많이 하지 않으면 편협한 사람이 된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모든 일이 제 마음대로 욕심 낼 수 없다는 것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개학하면 경주세계문화 엑스포 구경이 저를 또 즐겁게 해줄테니까요.

항상 선생님과 학교에서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졌던 것 같습니다.

그만큼 제가 선생님을 존경하고 좋아했기 때문일 거예요.

선생님만큼 따뜻하고 포근하셨던 선생님은 처음이었거든요. 선생님, 지금도 낮에 대구는 무척 덥지요. 더운 날씨에 몸 건강하세요. 개학하는 날 밝고 건강한 모습으로 선생님 뵐게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2003년 8월 11일 항상 부족함이 많은 현지 올림

박현지(경산 현흥초교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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