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주차 이대론 안된다(하)-바람직한 정책방향

입력 2003-11-14 13:50:20

대구시는 지난 10일부터 '불법 주.정차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내달 20일까지 6주 동안 상황실을 마련하고 상시 단속반에다 특별 단속반까지 편성해 '불법 주.정차를 뿌리뽑겠다'고 나선 것.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시민과 전문가들의 시각은 한마디로 '글쎄'다.

시가 지난 1997년 도심의 40만평 지역을 보행자 중심 지역으로 만들고 차량운행숫자를 대폭 감축하는 내용의 종합교통대책을 세우는 등 그동안 수많은 정책을 내고 불법 주.정차와의 전쟁을 치렀지만 결과는 '실패'로 끝난 탓이다.

정책적 차원에서 볼때 지금까지 대구시의 '불법 주.정차' 대책은 크게 두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도심으로 유입되는 차량 대수를 줄이는 교통수요 관리 정책과 주택가 등지의 주차장을 늘려 불법 주.정차를 막는 방법이다.

그러나 대구시가 가장 애용하는 방법은 역시 단속을 통한 불법 주.정차 줄이기 뿐이다.

지난 1월 대구시는 '대중교통 우선, 승용차 억제'를 통해 주차난을 해결하고 불법 주.정차 근절 효과도 함께 얻겠다는 '대중교통 중심의 교통 종합대책'을 발표했지만 아직까지 예산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중앙로를 대중 교통 전용지구로 지정, 승용차 유입을 억제한다는 계획도 2004년 시행 예정이었지만 아직 불투명하며 버스전용차로의 전일제 시행도 택시 업계 등의 반발로 벽에 부딪혀 있다.

또 버스정류장이나 교차로부근, U턴 지점을 '절대주차금지구역'으로 설정, 단속 요원을 상시 배치해 불법 주.정차를 원천 차단한다는 방안도 세웠지만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교통 전문가들은 "도심의 불법 주차를 막기 위해서는 당국이 확실한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대중교통 이용을 유도하고 외국처럼 도심지내 교통흐름을 방해하는 차량은 외곽지에 비해 비싼 과태료를 물리는 방안 등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불법 주.정차 차량에 대한 단속을 구.군청에 일임한 채 아예 단속을 외면하고 있는 경찰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높다.

간선도로에서 신호 위반이나 안전벨트 미착용 단속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교통 흐름을 방해하는 차량에 대한 단속에 나서야 한다는 것. 실제 대구수성경찰서는 지난달 학부모들의 요구에 따라 수성초교 주변 불법 주차 차량에 대한 단속에 나서 주민들로부터 큰 환영을 받기도 햇다.

주차장 정책 또한 겉돌기는 마찬가지다.

불법주차를 막기 위해서는 도심지내 주차장 건설은 억제하고 도심 주변이나 주택가 등지의 주차면은 늘려야 하지만 현실은 딴판이다.

시는 지난해부터 주택가의 야간 주차난 해소를 위해 학교 등 공공기관과 종교단체 등의 주차 시설을 야간 주차공간으로 제공하기로 하고 322곳의 개방을 유도했지만 장시간 주차와 시설 훼손 등에 따른 거부감으로 현재 5천면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또 지난 2001년부터 '내집 주차장 갖기' 운동을 벌여 150만원까지 무상 지원을 해주고 있지만 현재까지 확보한 실적은 겨우 109면. 지난 2001년부터 남구 대명 2동 등 일부 지역에서 시행된 '거주자 우선 주차제'도 주민들의 반발로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 교통정책 관계자는 "공영 주차장 1면을 건설하는데 드는 돈이 평균 3천여만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65.4% 수준인 주차확보율을 끌어올리려면 천문학적인 돈이 든다"며 "여러 대안을 내놓고 있지만 이해 당사자간 저항이 많고 예산마저 확보되지 않아 대책을 세워도 뚝심있게 밀고 나가기가 솔직히 어렵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도심지인 중구 지역내 주차장은 98년 223개에서 올들어 314개로 늘었으며 면수도 6천951면에서 1만1천791면으로 대폭 늘어나 '주차 정책'이 오히려 거꾸로 가는 결과를 빚고 있다.

윤대식 영남대 지역개발학과 교수는 "주차 단속만으로 불법 주정차를 막기에는 사실상 한계가 있다"며 "주차수요관리를 통해 도심지내로의 차량 유입을 막고 도심 기능을 외곽지로 분산시키는 등 현실성 있는 총괄적 정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창희기자 cch@imaeil.com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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