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산골에 묻혀 '백학백등'(白鶴白燈)의 꿈을 엮어 가고있는 젊은이가 있다.
경남 합천군 대병면 장단리 폐교된 옛 삼산초등학교(현 합천자연학교)에 들르면 이 사람을 만날 수 있다.
고집스레 마른 대나무를 쪼개어 촛불에 휘고, 전통 한지를 정성스럽게 붙이고 있는 김웅기(33)씨. 한국 전통 등을 재현해 세상을 밝히는 게 김씨의 꿈이다.
이 등은 조계종이 해마다 펼치는 사월초파일 연등 시가행진 때 가장 인기를 끌었던 축등이다.
김씨는 철저한 문헌연구와 고증을 바탕으로 전통 제작방식을 고집한다.
일본이나 중국 등처럼 철사나 화학섬유를 쓰지 않고 토종 대나무와 우리 한지를 사용한다.
촛불로 대나무를 휜 다음 실로 묶어 골조작업을 마치고 칸칸이 한지를 붙여 배접을 한다.
묽은 아교칠과 함께 한국화 물감으로 채색하면 은은하면서도 신비스런 전통 조명등이 완성된다.
김씨는 부산 동아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했다.
조각과 소조의 재료로는 금속.나무.돌.섬유 등 무궁무진하나, 굳이 대나무와 한지를 소재로 택한 것은 이유가 있다.
그는 "다른 소재는 불투명해 딱딱하고 무겁고 차가운 느낌을 주지만, 대나무와 한지는 다루기가 자유롭고 무엇보다 빛을 발산하는 투광성 산물로서 만인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씨가 전통 등 만들기에 뛰어든 것은 지난 1997년. 서울 전통등연구회(회장 백창호)에 가입하면서 십장생을 주제로 한 학.사슴.거북 등을 수없이 만들었다.
그러다 몇년 전 이곳에 작업둥지를 틀면서 자연 친화적이면서 고고한 선비 정신을 기리기 위해 학(鶴) 등 만들기에만 혼신의 정성을 쏟고 있다.
김씨는 "100마리의 학 등을 만들어 세상을 밝혀보고 싶다"고 말한다.
학등(약 2m 높이) 1개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1주일. 2여년의 작업이 끝나면 합천 황강변 생명의 숲 송림에서 전시할 계획이다.
'백학백등'의 꿈이 이뤄지면 전통 등을 좋아하는 사람끼리 모여사는 '등 마을 작가촌'을 만들겠단다.
합천.정광효기자 khje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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