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국민신뢰부터 회복하라

입력 2003-11-13 11:54:03

갑자기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문제가 고개를 내밀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재신임 파동에 물리지 않고, 정국이 탄탄대로 였다면 집권 1년도 안된 정권에서 이런 얘기 나오지 않았을 터이다.

국정운영의 기본틀을 깨는 중차대한 문제가 결국 정쟁의 부산물로서 튀어 나오다니 답답하고 처량하다.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 국회표결이 재적의원 3분의 2를 넘는'182+2'로 나오면서 야당이 부리고 있는 욕심이다.

그러나 지금은 분권타령, 개헌타령할 계제가 아니다.

일리가 있고 없고는 그 다음의 문제다.

첫째 정쟁과 실정(失政)의 해결책이 권력구조를 바꾸는 길 뿐인가? 권력을 분산해 놓으면 책임분산도 가능한 것인가? 국방.외교같은 외치(外治)는 대통령이, 행정.경제 등의 내치(內治)는 총리가 맡는다면 그 권한과 책임의 한계를 두부모 자르듯 구분할 수 있을까? 대통령과 총리가 서로 '네탓'이라고 하면 그 판결은 대법원이 하나? 더구나 총리지명이 국회 제1당의 권리라면 총리가 잘못해 물러났을 경우 제1당은 무책임하게도 계속 총리지명권을 행사할 것인가? 먹고 살기에도 바쁜데 국민들의 머릿 속을 왜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어 놓는가?

둘째, 지금 나라꼴이 대선자금이다, 권력형 비리다, 파병이다, 화염병시위다 해서 엉망진창인 이판에 '개헌'을 끄집어내서 얼마나 정치판을 들쑤셔 놓으려고 이러는가. 한두달, 서너달만에 결판낼 수 있는 일이라면 모르되 여.야가 노는 꼴을 보면 몇년 아니 몇십년은 걸릴 것 같다.

대선자금 물타기용 아이디어라고 핀잔듣기 딱 알맞다.

셋째, 한나라당이 '측근특검'성공으로 떡본 김에 제사까지 지내겠다는 심사인지 모르지만 개헌 문제는 의결정족수를 확보했다거나 정략적 합의에 따라 밀어붙여야할 성질의 것은 명백히 아니다.

정치권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에 공감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개헌의 100% 명분일 수는 없다.

국민적 동의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지지가 바탕하고 있어야 하는데 하고 한날 욕만 얻어먹으면서 개헌하겠다면 국민이 참 예뻐하겠다.

한나라, 민주당 모두들 밀린 숙제부터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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