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전시관 돈만 쓰고 헛일

입력 2003-11-12 14:05:48

지역 특산물 홍보와 교육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지자체들이 거액을 들여 조성하고 있는 각종 박물관.전시관이 전시물 부족과 운영계획 부실 등으로 '빈 껍데기' 전시관으로 전락하고 있다.

특히 대부분 지자체들이 전시물 확보와 구체적 운영계획은 마련하지 않고 건물부터 지어 전시.홍보.교육관 역할은 하지 못하고 '단체장 치적 홍보관'이 되고 있다.

경북도는 지난 1997년부터 사업비 194억원을 들여 안동시 도산면 동부리 5만6천여평에 '산림과학박물관'을 조성하고 있으며 이 주변 40여만평 산림지역에 추가로 120여억원을 들여 소득식물 생태숲과 야생동물 생태관찰원, 안동호수중생태공원, 자연휴양림 등을 만들 계획이다.

그러나 1천600여평 규모의 박물관에 들어갈 전시물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당초 지난 8월말로 계획했던 개관을 내년 4월 이후로 미뤘다.

모두 4곳인 전시실과 기획.특별 전시실은 이미 산림의 역사와 목제 가공품, 숲의 기능, 경북지역 산림역사 등에 대한 영상자료와 패널.사진.모형 등을 전시하고 있으나 백화점식 나열에 불과해 대대적인 손질이 필요한 실정이다.

안동시가 도산면 원천리에 23억원을 들여 짓고 있는 '육사 기념관'도 2층 콘크리트슬라브 건물이 완공단계에 들어갔으나 소장자가 기증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는 12폭병풍을 비롯해 육사선생 유물과 유품 등 전시물이 확보되지 않고 있다.

기념관 관계자들은 "내부설계 용역을 추진하고 있으며 설계가 끝나면 전시물을 수집할 계획"이라고 밝혀 내부 전시실 설계에 맞춰 내용물을 끼워 넣을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또 안동시가 13억5천여만원을 들여 안동댐 입구에 조성하고 있는 '공예문화전시관'도 지금까지 운영주체 선정과 운영방법 등에 대한 계획없이 추진되고 있으며 전시.판매될 공예품도 하회탈을 제외하고는 지역을 대표할 명품이 없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게다가 공예관 운영권을 놓고 벌써부터 일부 단체 회원들끼리 갈등을 빚고 있어 일부 시의원들은 운영을 민간위탁에 맡길 경우 구체적인 운영계획서를 받으라고 주문하고 있다.

오는 2005년 상반기 개관할 예정인 경산시립박물관도 지난 1999년부터 총 사업비 128억원을 들여 박물관 건축에 들어갔으나 구체적인 전시계획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출발했다.

최근 건립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시립박물관의 성격과 방향, 건축.전시분야 설계에 대한 자문을 구하고 있으나 소장 유물이나 전시 유물 수집계획은 아직도 구체적으로 마련돼있지 않다.

전시유물 확보를 위한 내년도 예산도 2억원에 불과해 시민들을 대상으로 경산지역의 각종 유물과 자료를 수집하고 있으나 미미하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imaeil.com

경산.김진만기자 fact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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