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신문과 방송을 보기가 겁이 난다.
영화에서나 봄직한 범죄가 연일 일어나지만 경찰의 조치는 사후약방문이고, SK 비자금문제로 정경유착의 고리가 불거졌지만 여야간의 상호폭로전이 가관이다.
경제계는 정경유착고리가 폭로될까 전전긍긍하고 있으며, 강성노조는 요지부동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려 한다.
많은 가계는 신용불량으로 부채 탕감을 주장하고 있고, 강남에서 시작된 부동산투기열풍은 전국으로 번져가고 있다.
사회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한 때 자랑스러워했던 고도성장, 압축성장의 그림자라고 진단한다.
최근 강남의 부동산 열기나 로또 열풍에서 보듯이 우리 사회는 고도의 위험을 추구(risk-taking)해서 대가를 얻으려는 것이 습성화된 사회다.
가정경제, 기업경제, 국가경제 전 분야에서 고도의 위험을 추구하려는 행태를 엿볼 수 있다.
IMF사태도 결점모면경제(bug-pass-economy)의 누적적인 결과로 보고 있다.
우리 사회는 안전보다는 속도를, 내실보다는 외형을, 과정보다는 결과를, 미래에 부가될 비용보다는 현재 시점에서의 비용절약을 더 중요한 덕목으로 삼고 있다.
기성세대는 무의식중에 부조리로 야기될 제반 문제점들을 우리 이후 세대에 거리낌 없이 물려주고 있다.
사회부조리와 대형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 다음 세대는 러시안 룰렛과도 같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우리 나라의 성장동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닌가 의심스럽다
최근에 노정되고 있는 사회부조리나 대형사고들은 결국 미시적 수준의 잘못된 관행이나 관습 등이 거시적 수준에서 집약적으로 표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회체계의 팽창이 우리 사회 도덕성의 수용한계를 넘어서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는 심각하다.
팽창하는 사회체계는 공적 영역의 제도화된 신뢰의 기반을 요구하고 있는데, 사람들은 여전히 사적인 신뢰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전쟁의 경험과 정치적 변동, 그리고 경제적 성장의 과정에서 전통적인 사회적 유대의 기반은 와해되었지만 사회적 통합을 가능케 할 새로운 도덕적 토대는 아직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다.
특히 지역사회는 지금 근본적인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더욱이 고속전철이 내년에 개통되면 대구는 서울을 중심으로 볼 때 반나절 생할권에 든다.
우리 지역을 수도권과 다른 차별적인 투자매력지로 전환하지 않으면 지역경제는 더욱 고사될 수 있다.
주민의 의식, 행동양식, 제도에서부터 사업환경에 이르기까지 전반에 걸친 능동적인 변화가 요구된다.
기존의 보수적이고, 폐쇄적이며, 기회주의적이고, 편법적이며, 비공식적인 사회운용체제 와 사회적 가치체계를 보다 개방적이며, 투명하고, 법적이며, 공식적이고, 도덕성을 갖춘 체제로 전환시켜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하부조직간의 합리적인 소통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지역혁신이다.
흔히 혁신을 이야기할 때 기술적인 부문만 언급하지만 혁신은 생산과정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의 의식과 행동하는 양식의 변화를 의미한다.
창조적 파괴란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변화의 과정인 만큼 참여자들간의 공적인 신뢰와 협력정신이 없으면 성공할 수 없다.
신뢰와 혁신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지방분권시대에 지역의 발전은 주민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어느 누구에게도 의지할 수 없다.
지역 주민 모두가 참여하여 미래를 계획하고 이를 추진하며 실패를 했건, 성공을 했건 그 결과도 공유해야 한다.
지난 주말에 출범한 "21세기낙동포럼"은 신뢰와 혁신문화를 지역에 뿌리내리고, 지역발전에 관심이 있는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간의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지역혁신을 도모해 보려는 지역주민들의 자발적인 모임이다.
우리에게 다른 선택은 없다.
지방분권시대에 걸맞게 신뢰와 혁신이라는 두가지 가치를 우리 지역에 뿌리내리게 하는 것이 바로 지역발전의 올바른 길이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