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 하는 오후

입력 2003-11-12 09:02:22

군용 트럭 한 구석에 누워

많은 별빛을 쳐다보며 잠이 든다.

젊은 중위는

고향집에 가는 것이 즐겁단다.

문득 비취는 큰 글씨 있어

'너는 지금 38선을 넘고있다'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마주서서 우는

38선 위에 비가 내리는데

옮겨간 마음의 장벽을 향하여

옛날의 삼팔선을 내가 이제 넘는다.

조지훈 '너는 지금 38선을 넘고 있다' 부분

조지훈 시인의 초기시 '고풍의상','승무','봉황수' 등에서는 한국의 고전미와 불교적인 미의식 세계를 묘사했다.

그러나 8.15해방을 거쳐 6.25전쟁 이후에는 그의 시 세계가 현실의 문제를 직접 대면하는 것으로 전환한다.

6.25 참전 종군 문인단의 부단장을 역임하면서 시작활동도 계속했는데 이 작품도 그 시기에 쓰여진 작품 중 하나이다.

인천 상륙작전의 성공으로 서울을 수복하고 북진하는 국군의 대오에서 시인은 국토분단의 비극인 38선을 넘으면서 느낀 감회를 적었다.

서정윤(시인.영신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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