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학원화' 시범부터 파행

입력 2003-11-11 13:45:17

교육부가 지난달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내놓은 방과 후 학교 내 과외 방안이 시범실시 단계부터 파행을 빚으면서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연구학교 가운데 하나인 대구월촌초등학교는 10일 처음으로 학원 강사가 진행하는 방과 후 수업을 했다.

수업 장소는 학교가 아닌 학교 인근 학원. 영어 과외를 신청한 50여명의 학생들은 학원 강의실에서 80분 동안 수업을 받았다.

학교 관계자는 "학교에서 수업을 해야 하지만 어학시설 부족 등으로 부득이 학원에 위탁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 학부모는 "학교가 학원과 계약해 학원 수강생을 모집해주는 꼴"이라면서 "수강료가 싸다고 하지만 공교육을 포기하면서까지 할 일은 아니다"고 했다.

교육부는 지난달 8일 사교육비 경감 방안의 하나로 외부 강사, 원어민 강사, 외부 기관 등이 학교 교실이나 운동장 등을 활용해 영어나 예.체능 교습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발표 직후 교육계는 "사교육 시장을 학교로까지 확대하는 것"이라고 우려를 쏟아냈으며 학원들도 "정부가 공교육 내실화보다 학원 말살에만 힘을 쏟고 있다"며 반발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발표 전인 지난달 1일 이미 전국 96개교를 시범학교로 지정, 추진을 강행했다.

대구에서도 초.중.고교 등 6곳이 선정돼 이달 대부분 시행에 들어갔다.

이에 대해 교육계에서는 "여론이 어떻든 일단 시작하고 보자는 무책임한 교육행정의 표본인데다 현실적으로도 실패할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우선 전국학원총연합회가 정부의 사교육비 경감책 철회를 주장하며 22일 대규모 궐기대회를 여는 등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대부분의 지역 학원 관계자들도 학교 내 과외 참여에 반대하거나 소극적인 입장이다.

이럴 경우 학교에서 학원을 선정, 계약을 맺고 싶어도 신청하는 곳이 없어 불가능해진다.

수익성이 높지 않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한 학원 관계자는 "유명학원이나 인기 강사 입장에서는 굳이 학교에 들어갈 이유가 없다"며 "진행 과정에서 수업 수준 하락, 강사 질 저하 등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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