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은 북한인권문제에 있어 획기적 결실들이 있었던 해이다.
지난 4월에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프랑스 주도로 대북 인권결의가 채택된 것이 그 첫 결실이라면, 미국 북한인권위원회의 사업으로 '숨겨진 굴락(GULAG) - 북한의 정치범수용소 드러내기'가 10월에 출간된 것이 두 번째 결실이다.
북한 민주화의 최대 장애가 정치범수용소의 존재이고, 북한정부가 그 존재를 부인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31장의 위성사진과 알리 라메다(최초의 서양인 정치범 수용소 피수용인)를 비롯한 24명의 증언을 통해 북한의 각종 '억압장치들'을 총체적으로 국제사회에 소개한 이 보고서의 출간은 이 분야의 학자, 운동가 모두가 고대하던 사업이었다.
현재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되고 있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에서 북한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 대한 논의(11월 18일~20일)가 세 번째 결실이 될 것이다.
작년 4월에 북한정부가 제출한 2차 정기보고서에 대해 유엔 경제사회이사회가 심의를 하면서 비정부단체(NGO)들의 대응 보고서(Alternative Report)를 접수하여 이견을 듣고, 이에 대해 북한정부의 해명을 듣는 형식을 취하게 될 이번 논의는 그 자체로서도 중요하지만, 내년 봄에 있을 제60차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북한의 인권문제를 논의하는데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다.
이번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심의 회의에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국제인권연맹연합(FIDH)이 '비참함과 공포 - 북한에서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 대한 체계적 침해'라는 제목으로 보고서를 제출하였다.
이 보고서는, 북한의 계급차별정책이 북한 일반주민들의 직업선택의 자유, 주거.건강.교육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면서, 굶주림으로부터의 자유에 대한 권리, 정당하고 바람직한 근무조건, 노동조합 형성 및 가입에 대한 권리가 보장되지 못하고 있는 사실들을 환기시키고 있다.
프랑스인 동료들과 함께 이 보고서를 작성한 필자는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먼저, 124개 항목으로 구성된 북한의 정기보고서는 현실과는 거리가 너무도 먼 거짓과 위선이 거의 대부분이었다.
NGO의 대응보고서는, 정부의 정기보고서에서 문제가 되는 몇 가지 사항들에 대해 이의제기를 하며 보완 자료를 제출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인데, 북한의 정기보고서에 대해 그렇게 하기에는 문제의 종류가 너무도 다양하고, 상황이 심각했다.
그래서 북한의 왜곡된 교육내용, 관제언론의 실제적 기능, '기쁨조'와 같은 권력에 의한 여성학대, 환경파괴 문제 등에 대해서는 이번 보고서에서 지적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두 번째 어려움은 결정적으로 중요한 사실들에 대해 확실하게 증명할 수 있는 1차 자료가 별로 발굴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북한의 '3계층 51개 부류'에 대해서 한국정부는 1970년대 말부터 이야기 해왔다.
거의 모든 탈북자들이 이에 대해 증언을 하고 있고, 절대 다수의 탈북자들이 북한사회에서 좋지 못한 '출신성분' 때문에 차별.박해를 받아서 탈북 한 것으로 진술하고 있어 '3계층 51개 부류'는 허구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그런데 북한의 계급차별정책 철폐를 위해 북한정부에 강한 압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이를 증명할 수 있는 물적 증거들이 구비되어야 한다.
또한, 북한 인권문제의 근본적인 원인과 성격을 이해하고, 해결책을 찾는데 필요한 역사.문화적 배경과 정치.사회적 요인들을 설명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런데 북한정부의 보고서에 기술된 내용이 북한의 제도나 법 적용 현실과 큰 괴리를 보이는 것은 비단 북한만의 특수한 현상이 아니고, 아시아 공산사회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현상이라는 사실이 중요한 준거점이 되었다.
우리사회에서 진보적임을 자처하는 많은 사람들이 북한의 인권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상황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북한과 하등의 적대관계가 없는 유럽에서 주도하고 있는 북한의 인권 개선운동이 어떤 결실을 거둘지는, 북한 위정자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그런데 그들의 선택은 그들이 현재 크게 기대하고 있는 한국정부와 진보적 지식인들의 적극적인 사고와 노력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다.
허만호(경북대교수.정치외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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