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거부권 카드 못 꺼낼 듯

입력 2003-11-11 13:45:40

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 규명 특검법안이 야3당의 공조로 통과됨에 따라 정국이 특검정국으로 전환되면서 노 대통령과 야당간의 정면대결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당장 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재의결정족수 182명을 넘는 압도적 다수가 특검법을 통과시킴에 따라 노 대통령이 거부권을 선택할 수 있는 여지는 줄어들었다.

야3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재의결하겠다는 강경한 자세를 보이고 있는 마당에 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정국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무한대치 상황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부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와대는 일단 거부권행사 여부에 대해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문재인 민정수석비서관은 "법안 내용도 봐야 하고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특검법 통과 직후 청와대 안팎에서는 검찰이 특검법안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또는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검토하는 것이 거부권행사와 관련이 있다는 관측이 나돌았으나 청와대는 "검찰이 알아서 하는 것일 뿐 청와대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결국 청와대로서는 거부권행사여부를 신중히 검토했으나 재의결정족수를 넘는 다수가 특검법에 찬성함으로써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없어진 것이다.

유인태 정무수석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공조가 한 번 시작됐으니 영원히 계속되는 것 아니냐"고 비아냥대기도 했다.

국가균형특별법 등 지방분권관련 3대특별법과 한.칠레 FTA 비준동의안 등을 처리하는 데 있어 야3당의 협조가 절실한 노 대통령으로서도 거부권을 행사해, 실익없는 감정대립만 벌일 수도 없는 입장이다.

청와대주변에서 거부권얘기는 쑥들어간 대신 정면돌파론이 고개를 드는 것도 이같은 상황 때문이다.

정치적 부담은 있겠지만 어차피 노 대통령 스스로 측근문제에 대해 거리낄 것이 없다면 특검법안을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해할 수 없는 법안이긴 하지만 압도적인 표차로 특검법안이 통과돼 대통령도 쉽게 거부권 행사여부를 결정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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