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말에서 조선시대 초기의 관요지인 '장흥고'(長興庫)로 추정되는 가마터가 대량으로 발견돼 학계의 큰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 주말 경남 합천군 가회면 월계.장대.외사리 일대의 현지 조사 결과 모두 6기의 가마터를 발견하고 채집한 파편들에 상감기법으로 선명히 새겨진 삼가현(三嘉縣)을 표시한 '三'.'三嘉'.'嘉'.'三加' 등의 명문으로 미뤄 당시의 관요였던 '장흥고'라고 밝혔다.
'장흥고'란 지금의 조달청으로 조선시대 궁중이나 관청에 최고급 물품을 납품하던 기관을 말한다.
부산 시립박물관 김홍원(49) 학예연구실장은 "장흥고에서 제작된 분청사기는 지금까지 몇 점의 실물만 남아 있을 뿐 도요지는 학계에 알려진 바는 없다"며 "이 가마터 발견으로 도자사를 새로 써야할 지도 모른다"고 이번 조사의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세종실록지리지의 '삼가현 서쪽 10여리…'.'삼가현 감한리 중품 자기소(三嘉縣 甘閑里 中品 磁器所)' 등의 기록과 관련해서도, 이 일대가 당시 중품 자기소에 해당됨을 입증하는 귀중한 역사 자료가 되는 셈이다.
특히 이곳에서 채집한 파편을 분석한 결과 고려말 상감청자를 시작으로 조선초 분청사기에서 백자로 이어지는 전 과정을 보여주고 있어 더욱 값진 가마터로 평가받고 있다.
월계리 요지는 합천군에서 유일한 상감청자 요지로 14세기 후반, 15세기초의 것으로 추정되며 수차례의 도굴 흔적이 있으나 아직도 상당량의 청자편이 산재돼 있다.
또 장대리 다공마을 요지는 15, 16세기 백자와 분청사기 생산, 특히 지방 가마로서는 이례적인 경기도 광주 관요양식의 상감백자편까지 발견됐다.
외사리 내사.외사마을 일대에는 높이 5m에 15m 너비의 퇴적층이 숲을 이루고 있어 보존상태가 양호한 편이며 주변에 여러기의 가마터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동안 분청사기 가마터는 전국적으로 활발한 조사를 벌여 지역적인 특색까지 연구 범위가 확대되고 있으나, 경상도 지방의 경우 타지역에 비해 현지조사 조차도 미비해 분청사기 연구에 큰 맹점을 보여왔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가마터 발견은 조선시대 분청사기의 성립과정과 백자로의 이행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는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중앙박물관 관계자는 "양질의 조화.박지기법(화장토를 입혀 장식한 다음 나머지 부분을 긁어내는 기법) 분청사기 발견은 그동안 전라도 지역의 특색으로 만 이해되었던 연구결과를 뒤엎는 자료"라고 말했다.
따라서 "지역간의 교류관계, 중앙 요업기술의 지방 전파, 일정기간 중앙관요에서 근무해야 했던 지방 도공의 요역관계 등의 문제를 푸는 실마리를 제공 해주고 있다"는 것. 군청 관광개발사업소 조원영(40) 학예연구사는 "이 가마터의 중요성에 비추어 시급한 보존대책이 요구되며, 정밀 지표조사 및 체계적인 발굴작업을 벌여 문화재 지정은 물론 전통문화의 교육장으로 활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합천.정광효기자 khje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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