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라이트-왜관읍 유정부씨 부부

입력 2003-11-08 10:34:36

"여기서 나가라는 것은 우리 노부부 보고 죽으라는 말이야. 보상이라고 해봐야 그 돈으로 어디 땅 한뙈기라도 살 수 있어야지…".

칠곡군 왜관읍 낙산리 산72에서 조용하게 살아가던 유정부(65).유일자(61)씨 부부는 요즘 걱정이 태산이다.

왜관2공단 부지에 포함됐다며 수년째 염소를 먹이며 살아가던 이들에게 느닷없이 '이주명령'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마을주민들도 처음엔 "절대로 나갈 수 없다"며 완강하게 버티다가 결국 한 두집씩 떠나갔다.

이젠 이 마을에 유씨 부부만 덩그러니 남았다.

고향을 떠나 외지로 떠돌던 유씨가 이곳 고향에 정착한 것은 7년전인 96년 5월. 태어나고 자란 마을은 이웃이지만 조상 산소가 있는 부근에 600평을 마련하여 집을 짓고 염소를 먹이며 이때까지 살아왔다.

40여마리의 염소를 키우며 연간 500여만원의 수입을 올려 먹고사는 걱정은 없었다.

유씨 부부가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보상비 때문이다.

선산 510평과 집과 땅 600평에 대한 보상가는 고작 5천700여만원. 이 돈으로는 길건너 마을의 땅 200평도 사지 못할 형편이다.

땅은 고사하고 건축비도 충당할 길이 없다.

게다가 할머니는 지난 80년 척추를 다쳐 5급장애인 판정을 받았다.

부상의 휴유증으로 요즘도 거동이 신통찮다.

유씨 부부는 "이곳을 나가면 죽음 뿐"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올해는 걱정이 더 겹쳤다.

공단조성 공사의 굉음에 놀라 새끼 밴 염소들이 유산을 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어쩔 수 없이 30여 마리의 염소를 헐값에 팔아넘겼다.

최근엔 공단조성 공사가 압박해 들어오면서 염소 우리마저 뒤덮을 태세다.

토지공사 측에서는 "며칠내로 대구법원에 공탁금을 걸겠다"고 최후 통첩을 해왔다.

유씨 부부는 어디 속시원히 하소연할 데도 없다며 답답해 할 뿐이다.

"이 겨울에 나가라면 어디로 가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란 말이요?"

칠곡.이홍섭기자 hs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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