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간 고객 확보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면서 한때 은행원들 사이에 '은행원의 꽃'으로 불렸던 지점장들이 실적을 올리기 위해 각종 지역 모임이나 봉사활동에 나서는가 하면 주요 고객과의 취미 맞추기 등 고달픈 생활을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점장에 대해 '꽃이 졌다'는 표현이 나돈 지 오래다.
대구은행 이종희(51) 시청지점장은 시 금고 관리를 맡는 지점 성격상 대구시의 담당 간부들과 주기적으로 식사를 하는가 하면 지점의 주요 고객들로 이뤄진 모임을 관리하며 각종 모임에도 나가고 있다.
시청지점 이전에 맡았던 복현지점장 시절부터 학교운영위원장, 로타리클럽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대구지하철사고 자원봉사활동, 대구U대회 지원활동, 경상감영공원 청소활동 등 각종 활동에 나서고 있다.
또 회식을 자주 하고 각종 영업활동에도 앞장서는 등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는 데도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
이 지점장은 "예전처럼 앉아서 고객을 맞는다면 편안한 반면 활력을 잃을 수도 있으나 요즘처럼 여러 방면에 신경쓰면 생활에 활력이 넘쳐 오히려 젊어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은행 지점장들은 외환위기 이전 운전기사가 딸린 차량으로 출.퇴근하는 등 '지위'에 걸맞는 대우를 받으며 거액의 고객 몇 명만 관리하거나 주로 사무실에 들어앉아 대출 청탁을 해오는 고객들에게 가부를 결정하는 등 비교적 편안한 생활을 했었다.
그러나 이후 은행간 경쟁이 점점 뜨거워지면서 사무실에 있기 보다는 주로 밖으로 나가 예금이나 대출 '세일즈'에 나서며 학연, 지연, 혈연을 동원하는가 하면 경.조사 챙기기, 취미활동 같이 하기 등 실적 올리기에 안간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때문에 지점장들은 자연보호협의회, 사회복지시설 봉사활동 등 5~6개 이상의 모임에 직함을 가지면서 지역 활동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고 옷 차림이 허름한 고객이라도 소홀히 하지 않는 등 고객 보는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거액을 지닌 고객일 경우 옷 차림이 눈에 띄었으나 요즘에는 외양을 보고 판단할 경우 큰 고객을 놓칠 수도 있어 고객 관리에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기업은행 성서공단 김정식(50) 기업형점포 지점장은 하루에 평균 5~6개 기업체 대표들과 만나며 많을 때는 10개 업체의 대표들과 만나기도 한다.
새로운 고객을 만나기 위해 기업체 대표의 출신 학교, 고향, 취미, 성격을 사전에 알아두고 혈연, 지연, 학연 등 연줄을 최대한 동원한다.
경.조사 챙기기는 기본이고 회사의 창립 기념일에 얼굴을 내미는가 하면 부하 직원들에게도 수시로 선물을 주는 등 마음을 열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 그는 주말에도 고객들과 시간을 함께 보내기 위해 골프, 등산 모임에 나가고 30대의 기업 대표와는 당구를 치기도 한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그는 30년 이상 다른 은행과 거래를 한 기업체로부터 거액의 예금을 유치하기도 했다.
그는 "고객 확보를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상태에서 끈끈한 인간관계를 통해 신뢰를 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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