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대선자금 공개문제를 놓고 오락가락하고 있다.
최병렬 대표는 6일 한나라당 단독의 선(先)공개 필요성을 들고 나왔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으므로 어차피 나중에 밝혀질 일이라면 숨기고 덮을 이유가 없다.
어떤 형태로든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내용을 파악하고 그걸 밝히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내 입장에서 관련자들이 말하지 않은 것을 심문해서 국민에게 내놓을 계제가 못된다"며 고해성사를 하지 않겠다고 한 최 대표의 입에서 이처럼 전혀 다른 말이 나오자 당내에는 술렁이는 분위기가 역연했다.
이제 우리의 치부부터 밝히고 정공법으로 가자는 것이 아니냐며 여권 및 검찰과 정면대결을 위해서는 이같은 '내살깎기'는 불가피하다는 비장감도 흘렀다.
이를 위해 이재오 사무총장이 대선 당시 대선자금과 관련이 있는 인사들을 만나 대선자금 규모와 내역을 파악했다는 구체적인 얘기도 나돌았다.
그런데 이러한 비장한 분위기는 하루도 못돼 바뀌었다.
대선때 대선자금을 주무른 인사들을 만났다던 이 총장이 "현 지도부는 대선자금의 전모를 알 수 없다
현재로선 파악된 것도 없고 발표할 계획도 없다"며 최 대표의 말을 뒤집은 것이다.
이 총장의 이같은 태도를 두고 말들이 많다.
대선자금 전모를 공개하기에는 치부의 규모와 정도가 너무나 커서 그렇다는 말도 나오고 대선자금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서청원 전 대표와 김영일 전 사무총장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한데 이 과정에서 전 지도부와 충돌이 예상되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한나라당이 대선자금 전모 규명을 외치면서도 자신들의 대선자금에 대해 먼저 고백하지 않아 입지를 좁히고 있다.
공개 가능성을 내비쳤다 불과 몇시간 만에 거둬들이는 한나라당의 태도는 원내 1당의 위상에 걸맞은 모습과 도덕성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사실을 재확인시켜 주었을 뿐이라는 평가다.
정치1부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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