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출마 예비자들 "자리가 비어야 출발하지"

입력 2003-11-07 14:24:02

"스타트는 하고 싶은데 출발 신호가 떨어져야 말이죠. 사무실 계약은 커녕 구상만 몇달째 하고 있습니다".

총선이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지방자치단체장의 공직사퇴 시한을 둘러싼 국회와 단체장간 법정 줄다리기가 이어지면서 단체장 보궐선거를 준비중인 후보들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출마의 뜻은 벌써 굳혔지만 단체장 사퇴 시한이 계속 번복되면서 '자리'가 언제 빌 지 알 수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것.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지난 4일 총선에 출마할 지방자치단체장의 공직사퇴 시한을 선거일 120일 이전으로 규정한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에 위헌 요소가 있다며 지난 8월에 이어 또다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헌법재판소에 냈다.

국회가 선거일 180일 전까지였던 단체장의 사퇴 시한을 선거일 120일 전까지로 조정하는 내용의 선거법 개정안을 지난달 17일 가결한데 대한 맞불인 것. 이에 앞서 헌법재판소는 선거일 180일 전 사퇴를 규정한 선거법 53조 3항은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황대현 대구 달서구청장 등이 낸 헌법소원에 대해 지난 9월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결국 사퇴시한이 지난 10월18일이었다가 헌재 결정에 따른 선거법 개정으로 12월17일로 바뀌었지만 또다시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선거일 60일 전인 내년 2월15일로 바뀌게 된다.

이에 따라 단체장들이 총선 출마를 이미 선언했거나 출마가 유력한 대구 동구.북구와 달서구의 보궐선거 후보들은 연신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단체장 보궐선거를 준비중인 인사들은 "10월의 단체장 사퇴를 대비해 봄부터 준비해 왔는데 수시로 선거일이 바뀌고 있어 선거 준비 하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며 "선거에 나서보기도 전에 힘만 다 빼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와 함께 보궐선거를 총선일부터 50일이 지난 첫번째 목요일인 내년 6월10일에 치르도록 한 현행 선거법에 대해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달서구에서 단체장 출마를 준비중인 한 후보는 "사퇴시한이 내년 2월로 늦춰지더라도 보궐 선거일까지 넉달간의 행정 공백은 불가피한 게 아니냐"며 "국회의원들이 공천권 행사를 위해 단체장 보궐선거를 늦추었지만 시민들을 위한다면 총선과 함께 치르도록 개정하는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상헌기자 dava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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