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한국섬유개발연구원 2층 대회의실에 열린 '대구 섬유발전 대토론회'에서 정부와 대구시는 지역 섬유.패션 산업의 재도약을 위해 밀라노프로젝트에 이어 포스트밀라노(2004~2008)에도 지난 5년에 못지않은 강력한 정책 지원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 대구시, 섬유산업 계속 지원한다
조해녕 대구시장은 "세계 경제 5대 강국은 모두 섬유 강국이다. 섬유산업을 사양산업으로 규정하고 국비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일부 비판적 시각은 옳지 않다"며 "정부를 설득해 지역 섬유산업에 대한 추가 국비 지원을 이끌어내겠다"고 약속했다.
이진훈 대구시 경제산업국장은 "지난달 말 국회에서 패션소재기획 15억원, 해외공동마케팅 8억원 등 포스트밀라노 추가 국비 지원(81억원)이 논의(본지 10월 31일자)됐다. 포스트밀라노 예산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윤동섭 산업자원부 섬유.패션산업 과장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적정 예산으로 분석한 포스트밀라노 총 사업비 925억원은 어디까지나 용역결과일 뿐"이라며 "최종 예산은 올 연말 판가름날 예정으로 대구시 의지가 뒷받침된다면 산자부도 국비 확보에 발벗고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대구시의 강력한 섬유산업 육성의지"라며 "기능성 소재, 산업용 섬유분야는 그 어떤 첨단산업에도 뒤지지 않는 성장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 섬유산업을 지식산업화해야
토론자인 윤주태 매일신문사 논설위원은 "섬유산업은 해방이후 지역 경제를 주도해 온 핵심 산업으로 단순 시장논리에 의해 지역 직물업을 한계산업으로 내몰아선 안된다"며 "문화, 사회적으로 지역에 깊이 뿌리내린 섬유산업을 지식산업화 할 수 있는 방안을 심도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토론자 이재훈 영남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도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기술혁신은 없다"며 "세계 산업 발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산업과 산업의 융합, 복합화 차원에서 대구.경북의 강점인 기계.금속 산업을 동반 육성해 섬유기계의 국산화를 시도하고 이를 통해 기능성 소재, 산업용 섬유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훈 영남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능성, 산업용 등의 첨단 소재 개발에 힘들게 성공해도 수요처를 찾지 못하면 헛일'이라며 "시장개척에 성공해 성장 일로를 걸었던 정보통신 제품들을 본보기 삼아 각 상품별 테크놀러지 로드맵을 작성해 크고 작은 해외 시장 개척 사례를 꾸준히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포스트밀라노에 유통, 무역 시스템 추가해야
이날 토론회 패널들은 대구.경북 섬유산업 활성화를 위한 최우선 과제로 포스트밀라노에 유통과 무역 기능의 대구 이전을 강조했다. 즉 아무리 뛰어난 섬유소재를 생산하고, 첨단기술개발에 성공해도 그것을 팔 시장이 없는 한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는 것.
국토연구원 권영섭, 허은영 연구원은 대구 지역의 전략산업 특히 섬유산업의 혁신체제 구축에서 가장 취약점으로 소재.디자인 개발 및 수출 마케팅 능력 부족을 지적하며,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공동구매, 공동마케팅, 공동브랜드, 제품공동개발, 장비 및 인력 공동 활용의 네트워크 형성이 필수적이라고 보고하기도 했다. 권영섭, 허은영 연구원은 이탈리아 바덴 뷰템베르크 지역의 경우 소기업 조직체인 현지 조합, 기술자협회 등이 상호작용의 매개자로 활동하며 공동구매, 공동마케팅 등 규모의 경제를 통해 대기업 못지 않은 수출 효과를 냈다고 강조.
박근규 한국의류판매협회 회장은 "세계 최대의 패션 기업인 이탈리아 베네통사(社)도 소기업 조합의 연합 체제에서 출발했다"며 "동대문 상가 연합회 또한 최근 중국 진출을 위해 공동 마케팅 및 브랜드 개발에 착수했다"고 들려주었다.
류건우 계명대 무역학부 교수는 "이탈리아 직물업체들의 경쟁력은 현지에서 '인파나토레'라고 부르는 수많은 군소 무역업체들의 유기적 협조체제에서 나온다"며 "섬유의 지식산업화는 소재개발과 아울러 이같은 혁신 시스템을 확립할 때에만 비로소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정기수 대구.경북견직물조합 상무는 "정부는 해외공동마케팅 추진 주체가 '조합'이라는 이유로 국비를 전액 삭감했지만 이 사업은 주체가 누가되든 반드시 포스트밀라노에 포함돼야 하는 사업"이라며 "정부는 오늘 토론회에서 논의된 유통, 무역 기능의 중요성을 깊이 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 사업 평가와 혁신 시스템에 5년간 50억 배정
정부와 대구시 및 지역 학계는 1단계 밀라노프로젝트의 최대 문제점으로 밀라노 프로젝트 3대 주관기관인 한국염색기술연구소, 한국섬유개발연구원, 한국패션센터간 유기적 협조체제가 전무했음을 지적하고 포스트밀라노에 대한 강력한 정책 지원의 전제 조건으로 운영시스템의 혁신을 강조했다.
윤동섭 산자부 섬유.패션산업 과장은 "반드시 정부 차원에서 3대 주관기관의 긴밀한 협조체제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으며 이진훈 대구시 경제산업국장은 "중앙 정부의 모니터링 시스템은 한계가 있어 지역 스스로 혁신 주체를 만들어야 한다. 5년간 매년 10억원을 투자해 지역내 모든 산업의 사전 기획 및 평가를 담당할 통합 기관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재훈 교수는 "포스트밀라노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기존 지배구조가 아니라 개개 기업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하는 것"이라고 했으며 최용호 경북대 교수는 "이를 위해 지역 섬유업계 리더들의 뼈를 깎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주관기관의 긴밀한 협력체제 구축에 공감대를 형성한 이날 대토론회에서는 각 주관기관의 연계 시스템은 반드시 지역 내부에서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자부가 주도해 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경우 결국 산자부를 통해 예산을 지원받는 각 주관기관들이 또 다시 사업을 하향식 체제로 진행해 지역 기업, 지자체, 지역 대학과의 산.학.연.관 체제를 마련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 섬유업계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포스트밀라노 관련 산업의 사전 기획 및 사후 평가 통합 시스템을 대구시 주체로 구축해도 초기 5년간 산업기술평가원(산자부 산하기관) 재심사를 거쳐야 한다" 입장에 대해 "지역 섬유업계의 한마디로 중앙집중식 구태를 벗고 더늦기 전에 조해녕 대구시장을 중심으로 혁신 시스템을 구축해야한다"고 지적했다.
◆ 목적보조사업 지원 중단해선 안돼
마지막 핵심 쟁점은 각 연구소에 대한 운영비 지원과 직결된다. 산업자원부와 밀라노프로젝트 주관기관들은 산자부 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목적보조사업'을 계속 실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반면 KDI와 지역 섬유업계는 업체가 중심이 되는 실질적 사업 추진을 위해 목적보조사업 전면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운영비 절대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섬유개발연구원과 한국염색기술연구소는 목적보조사업으로 지난 5년간 각각 160억원과 215억원을 지원받았다. 각 주관기 관들은 이 사업을 통해 개별 연구과제를 수행하는 대신 이 중 30%를 인건비 등 부대 비용으로 써 온 것.
김승진 영남대 교수는 "KDI는 포스트밀라노에서 이같은 목적보조사업에 대한 국비 지원을 전액 삭감해 각 주관기관의 개별 사업 추진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동섭 산자부 패션.산업 과장도 "연구소 현실을 무사한 처사"라며 "KDI의 입장이 어떻든 최종 국비 지원액수에 목적보조사업 예산을 포함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패널로 참석한 KDI 홍윤선 주임 연구원은 "목적보조사업은 부산, 경남, 광주에는 지원되지 않았던 일종의 특혜성 국비였다"며 "포스트밀라노의 모든 국비는 R&D 자금으로 활용해 다른 지자체처럼 국책연구기관의 심사를 거친 뒤 사업성이 뒷받침될때에만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맞섰다.
지역 한 섬유단체 이사장도 "주관기관들은 철저한 사전.사후 평가를 거치지 않고 운영비 확보만을 위한 연구에 그쳤던 지난 5년을 반성하라"며 "연구소만의 사업에 그치지지 않고 업체가 중심이 되려면 확실한 사전.사후 평가를 거쳐야 예산을 지원받는 R&D 자금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사진설명-대구경제의 향후 5년을 좌우하는 한 축이 될 '대구 섬유발전 대토론회'(6일, 한국섬유개발연구원)에서 정부와 대구시는 주관기관간 긴밀한 협조와 혁신체제구축을 전제로 포스트밀라노에 대한 지속적 정책 지원 의지를 밝혔다. 김태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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