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500원짜리 보리밥 한그릇 팔다가 순식간에 10여만원을 날렸지만 우리집을 찾았던 손님인 만큼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지요".
영양시장안에서 이화식당을 운영하는 박종희(67.사진)씨는 청량고추때문에 생긴 며칠전의 일을 생각하고 다시한번 가슴을 쓸어내렸다.
영양읍 장날인 지난 4일 오후4시. 식당안은 파장(罷場) 손님들로 가득했고 박씨는 순대국밥을 준비하랴 국수물이 넘지 않도록 살피랴 정신이 없었다.
막 여자손님(58.영양군 수비면) 한분에게 비빔밥과 된장찌개를 차려주고 돌아서는 순간 갑자기 그 여자손님이 외마디 비명과 함께 목에 무엇이 걸렸다며 바닥에 나뒹굴었다.
이유도 모른 채 혹시 음식이 잘못되었나 싶었던 박씨는 급히 손님을 부축해 인근의 병원을 찾았으나 목에 걸린 것은 없었다.
병.의원 3곳을 다니는 동안 여자손님은 목이 아프다고 하다가 점차 가슴쪽으로 통증이 옮겨간다며 길에 주저앉기까지 했다.
덜컥 겁이 난 박씨는 식당일을 제쳐두고 택시를 불러 안동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위장검사를 했지만 다행히 목 등 어느부분에도 가시 등 이물질은 없었다.
"처음 증세가 어땠느냐"는 의사의 질문에 여자손님은 "된장을 떠 먹었는데 갑자기 정신을 잃을 정도로 목이 화끈했다"고 답변했다.
박씨는 된장찌개에 칼칼한 맛을 내기 위해 썰어넣었던 청량고추를 떠올렸다.
매운 고추라고는 입에도 대지 못하는 특이체질이었던 여자손님이 된장찌개를 먹는 순간 쇼크를 일으켜 일어난 일이었다.
안정을 되찾은 여자손님이 미안해하며 비용부담을 제의했으나 박씨는 거절했다.
식당을 찾은 손님의 식성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게 잘못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영양시장 안 한곳에서 37년 동안 식당을 해왔지만 처음 겪는 일이었다.
장날 매상이라야 5만~6만원이 고작이지만 그래도 손님을 맞는 인정만큼은 가을 햇살처럼 고왔다.
영양.장영화기자 yhj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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