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맘 먹고 해외 배낭여행 한번 가보겠다고 여행사를 찾았는데 '외화낭비할 사람 돌아가라'는 포스터와 맞닥뜨린다면 과연 어떤 마음이 들까. 그것도 여행을 알선해 꾸려가는 여행사에서 내건 포스터라면.
찾아온 손님마저 '기분 상해' 발길 돌리게 만들지도 모를 이런 포스터를 여행사 입구 정면에 떠억하니 붙여놓고 있는 고나우여행사(대구시 중구 동성로 3가) 대표 서영학(40.대구시 남구 이천동)씨. 서씨는 그 포스터에 대해 "수수료 몇 푼 먹겠다고 돈만 쓰고 남는 것 없는 해외여행을 알선하지 않는다는 자신의 다짐을 그렇게 표현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해외여행 특히 배낭여행의 경우 지역의 대부분 여행사가 자체 상품보다는 서울에 본사를 둔 대형 여행사에서 개발한 상품을 판매하고 받는 수수료에 의존하는 것이 현실. 하지만 서씨가 운영하는 고나우여행사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두 사람 이상만 되면 언제든지 출발할 수 있는 이른바 투팩(two pack), 호주.뉴질랜드와 유럽의 여행자 숙소를 이용하는 배낭여행 상품 등은 고나우여행사가 국내 최초로 개발한 것이다.
이런 결과물은 서씨의 남다른 노력 때문. 자신은 결혼 14년이 되도록 집 한 칸 없이 전세방을 전전하고 있지만 직원들에게는 해외여행을 할 수 있도록 항공권과 체재비를 지원하는 한달짜리 휴가를 1년에 한 번씩 주고 있고, 지난해에는 대학생 특파원 5명을 선발해 유럽에 머물게 했다.
지난 3월에는 '유럽삽질 따라하기'라는 유럽 배낭여행 안내서도 냈다.
"지방에서 영업을 하고 있지만 자체 상품 개발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대구의 여행업체는 서울 업체에 종속될 수밖에 없어요".
대학 졸업 후 줄곧 여행업에 종사해왔고 자신의 이름으로 회사를 차린 지 5년이 지나면서 이제는 배낭여행 전문업체 대표로서 여행 업계에서는 제법 이름이 알려진 그지만 한때는 '외도(?)'를 했단다 "97년도에 '일(IL)'이라는 48페이지짜리 아르바이트 및 취업전문 주간지를 만들어 배포했어요. 자금이 달려 34호를 마지막으로 폐간하긴 했지만 아쉬움이 없지 않습니다".
"관광과 여행은 질적으로 다릅니다"고 주장하는 그가 요즘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맞춤여행'. 미리 잡혀진 스케줄에 손님들의 일정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손님이 원하는 대로 상품을 짜는 것이다.
"해외여행을 하려는 손님들의 요구는 갈수록 다양해지는데 여행사에서 그것을 충족시켜 주지 못한다면 앞이 뻔하잖아요. 당장의 수익에 집착해 손님들로 하여금 과소비에다 껍데기만 보고 돌아오는 여행을 하도록 해서는 물론 안되겠지요".
송회선기자 s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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