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은 문화의 달이었고 그 20일은 '문화의 날'이었다.
10월 한달동안 대구지역에선 각종 문화.공연이 문화관광부의 지원아래 줄줄이 열렸고 20일엔 서울서만 치러온 중앙정부의 문화의 날 기념행사까지 대구두류공원 문화예술회관에서 근 3시간동안 펼쳐졌다.
공연들과 기념행사를 보면서 시민들중엔 문화분권이라는 단어, '문화의 분산'이란 뜻을 새삼 새겨본 이들이 적지 않으리라.
이 공연과 기념식의 두가지 행사 덕분에 우리는 두가지 반성할 대목을 발견했다.
아니 재확인했다는 말이 적합할 것이다.
하나는 왜 문화의 달 관련공연이 몽땅 두류공원에 몰려있느냐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대구까지 내려온 중앙정부의 문화의 날 행사가 지역문화 활성화라는 의도와는 달리 어찌하여 '중앙행사의 지방점령'으로 비쳐지느냐 하는 것이다.
전자(前者)는 지방사람들이 반성해 볼 대목이고 후자는 서울(정부) 사람들이 의문을 가져봐야 할 대목이다.
정부차원에서 지원한 10여개의 공연.축제-오페라에서부터 탈춤페스티벌.연극.음악제.판소리, 심지어 풍물농악까지 모두가 문예회관 대극장 아니면 그 앞 야외공연장과 특설무대에서 밤낮없이 진행됐다.
이를 보려는 사람들은 동서남북 온 사방에서 달서구 두류공원 한곳으로 우루루 몰려 가야했다.
할만한 장소가 거기 뿐 이었으니 그럴 것이다.
'문화예술회관'이란 명칭부터가 연극.미술.음악 할것없이 예술이란 예술은 모두 거기서 할 수 있도록 '볶음밥'식으로 만들어 놨으니 그럴 것이다.
여기서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하는 것은 '문화예술회관'이란 건물 자체가 문화를 '집행'하는 지방관료들의 중앙집권적 의식의 산물일 수 있다는 점이요, 아직도 지방문화를 보는 시각들이 '분산' 보다는 '집중화' 돼있지 않느냐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왕에 대구역 넘어 북구쪽에 오페라하우스가 생겼으니 남구엔 대구문화를 상징할만한 미술관, 수성구엔 연극.음악무대, 서구엔 대구시립박물관, 동구엔 무엇-하는 식으로 분산이 돼 있다면 지방사람들의 문화편식 현상은 크게 줄어졌을 터이다.
민.관 할 것 없이 사고방식의 편향성 문제를 예산문제.땅문제로 떠넘기기엔 문제가 너무 심각하다.
결국 '문화분산'측면에서, 문화공간.프로그램의 입안에 민간위원회의 참여가 절실함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게 아닌데…"싶었던 또하나의 생각은 지난달 20일 대구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있었던 문화의 날 기념식 정부행사였다.
각종 문화훈장과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그리고 2003년 대구시 문화상 수상자 8명 등 모두 60여명이 훈포장과 상을 받는 날로서, 대부분의 서울사람들과 소수의 지방사람, 그리고 축하객을 합쳐 1천여명이 이날을 지켜 보았다.
행사진행 방식은 수상자를 호명해서 단상(무대)에 모신 다음 객석에 앉아 있던 이창동 장관과 조해녕 대구시장이 올라와 시상을 한 다음 내려가고 수상자들은 단상에 준비된 의자에 앉아 축하공연을 구경하는 새로운 스타일이었다.
문화부장관 등 주최측이 단상에 앉아 폼잡는게 아니라 수상자 중심의 시상식으로 꾸몄다는 점에서 혹자들은 문화분권의 상징적 행사라고 호평했을 터이다.
그러나 이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이 그날 수상자의 한사람이었고, 참석자들과 얘기를 나눠보고 느낀 감상이 "이건 문화분권이 아니라 중앙행사의 지방점령"이란 생각이 더 진했으니 어쩌랴. 새로운 아이디어로 노력한 행사 추진팀을 나무랄 뜻은 추호도 아니다.
파격이긴 했으되 그날 분위기는 지역문화행사의 탈색(脫色)을 결과했음을 상기시킬 따름이다.
우선 하객들은 수상자들이 왜 그런 문화훈장, 문화상들을 받는지 제대로 모른채 박수를 쳤다.
조용필이 국민가수라서 받는 것인지 세상 떠난 부인의 유산을 사회환원 하겠대서 받는 것인지를 몰랐다.
어느 교수.작가가, 어느 연극.음악인이 무슨 공로를 인정받았는지는 행사장 입구의 팸플릿으로 대체했다는 뜻인가? 대구시 문화상만 해도 그랬다.
공적 내용에 대한 설명은 하나도 없이 그냥 불려나가 상을 받았다.
시간때문에 그랬다는 건 이유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시간을 만들어야 하고, 아니면 행사자체를 분리했어야 했던 것이다.
기실 대구.경북의 종래의 문화상 시상식은 하객들 맨 앞쪽에 부부동반으로 함께 앉아 수상하고 가족.제자.동료들로부터 축하의 꽃다발을 받는, 조촐하지만 성의있는 행사였다.
이게 중앙정부의 수상자 50여명이 온통 행사의 주류를 이루는 통에 지역문화상 행사는 그냥 파묻혀 버린 결과가 됐다.
가족들도 행사내내 따로 떨어져 앉아야 했고, 식후엔 대구시장과 수상자들이 함께 찍던 기념촬영 하나 하지 못했다.
지방문화 활성화를 위해 이런 행사를 추진했다는 서울사람들, "행사 잘 치렀다"고 자축했을 것이다.
'그들의 눈으로만'보고서.
전국 각 지방마다의 문화의 날 행사, 문화상 시상식이 그 지역 주요 문화행사의 하나라면 그 자체로서 돋보여야 하는 것이지 중앙행사에 점령당하듯 해야 될 처지의 것은 아니다.
2004년 문화의 날 행사는 광주로 예고돼 있다.
광주시가 개선을 요구할지는 순전히 그들의 몫이다.
강건태(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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