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소신 안 통하는 고고학계

입력 2003-11-06 11:33:14

5일 불국사 경내 시굴조사 현장 분위기는 평소와 달랐다.

신라고찰에서 고려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이 출토됐기 때문이다.

문화재 발굴현장에선 문화재전문위원들로 구성된 지도위원들이 자주 시각 차이를 드러낸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체로 발굴기관의 보고서대로 결론을 내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경우 발굴조사기관의 문화유적 시굴조사보고서 내용이 구체적인데도 일부 지도위원들은 다른 시각을 보였다.

이 때문에 발굴조사기관은 상당히 곤혹스런 눈치다.

고고학계는 선후배 규율이 대단히 엄격하다.

상사가 한마디 던지면 무조건 복종하는 공무원 조직과 다를 바 없다.

이번 경우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10여년 전 경주시 용강동 폐고분에서 신비의 12지상이 출토돼 전국이 떠들썩하게 했다.

그러나 한 원로 고고학자는 당시 발굴조사단장이 보고한 내용을 말 한마디로 뒤집어버렸다.

참석한 지도위원들도 한마디 의견조차 제시하지 못한 채 보고서를 정정했다.

이번 불국사 경내에서 출토된 유구는 아직 시굴조사 단계여서 정확한 성격 규명이 어렵다.

그러나 10여년 전과 비슷한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원로 고고학자가 한마디하자 대부분 말문을 닫았다.

강봉원 발굴조사단장(경주대 박물관장)은 "출토된 건물지와 명문기와편이 고려시대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원로 고고학자 김동현 문화재전문위원은 "아직 속단할 단계는 아니다"고 밝혔다.

조유전 전문위원은 "본 발굴을 끝내봐야 안다"고 말했고, 김정기 위원은 "자세한 것은 김동현 위원에게 물어보라"며 떠넘겼다.

발굴이 시작된 지역은 조계종 제11교구 본사 불국사가 시행하는 성보박물관 건립공사로 형질변경이 예상되는 지역이다.

어차피 발굴보고서만 내고 건물이 들어서야 할 지역이다.

문화재전문위원들과 발굴기관은 일반 공개에 앞서 보다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조사결과를 발표해야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박준현(사회2부) jh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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