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여달라"는 형 잠든새 흉기로 살해

입력 2003-11-06 10:56:41

13살 소년이 함께 잠자던 중학생 형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칠곡경찰서는 5일 새벽 3시10분쯤 집 안방에서 같이 잠자던 형(15.중 3년)을 살해한 혐의로 중학교 1년 박모(13.칠곡군 북삼읍)군을 이날 오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범행 직후 겁이 나 도망쳤다가 12시간 만에 경찰에 붙잡힌 박모(13)군은 아직도 어린 티를 벗지 못한 소년이었다. 박 군은 "전날 밤 12시쯤 형이 흉기를 건네주며 '내가 잠들면 죽여라. 만약 오늘밤 나를 죽이지 않으면 내일 너를 죽이겠다'며 윽박질렀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덩치가 큰 형에게 평소 공포심을 갖고 있던 박 군이 형의 강요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조사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박 군은 형의 '명령'이 두려워 새벽 3시까지 TV를 보면서 잠을 자지 않으려고 애썼다. 새벽에 잠을 깬 아버지가 "내일 학교에 가려면 빨리 자라"고 말하자, 방에 들어가 형을 살해했다. 겁에 질린 박군은 무작정 집을 뛰쳐나와 이날 오후까지 구미시내를 돌아다녔고 배가 고파 집으로 돌아오던 중 칠곡경찰서 노용조 수사과장에게 붙잡혔다.

경찰조사 결과 박 군 형제는 어려서 어머니를 잃은 뒤부터 창원의 조부모 슬하에서 자랐으며, 작년 7월쯤 아버지가 사는 칠곡으로 전학온 것으로 밝혀졌다. 박 군의 아버지는 "큰 아들은 내성적이지만 작은 아들은 쾌활했다"며 "여행을 다녀오면 반드시 아버지 선물을 사가지고 올 정도로 착했다"고 말했다.

경찰조사에서 박 군은 "형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일단 박 군의 진술을 믿기로 하고 박 군을 조사한 뒤 가정법원으로 송치하기로 했다. 박군은 형사 미성년자로 촉법소년이어서 가정법원 재판을 거친 뒤 소년분류심사원으로 보내져 소년원 송치 여부를 결정한다. 촉법소년은 대부분 집으로 돌려보내지만 강력 범죄의 경우 소년원으로 송치될 수도 있다.

계명대 동산병원 정신과 김정범 교수는 "동생이 억압된 분노심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가 이날 밤 형의 강압으로 분노가 폭발해 즉흥적인 행동으로 옮겼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칠곡.이홍섭기자 hs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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