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연기'에서 '가슴 연기'로의 변신. 뭐가 변신이며, 그게 뭐가 어렵겠냐고? 아니다.
'가슴을 드러내며 외모로 남성 팬들을 유혹하던 미녀 연기자'의 꼬리표를 떼고 '관객들의 가슴을 적셔주는 연기자'로 거듭났다면 크나큰 변신이다.
바로 니콜 키드먼, 캐서린 제타 존스, 이미숙이 그 변신에 성공한 배우들.
그들은 데뷔시절 한결같이 늘씬한 몸매와 매혹적인 허리곡선으로 단숨에 뭇 남성들의 주목을 받았다.
니콜 키드먼은 피플지에서 선정한 '다리가 아름다운' 할리우드 배우로 꼽힌 바 있다.
'배트맨 포에버'에서 보여준 자신감 넘치는 섹시우먼의 모습은 얼마나 매력적이었던가. 캐서린 제타 존스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마스크 오브 조로'에서의 드레스 입은 허리선이다.
섹시한 듯하면서도 청초하고, 독한 듯하면서도 이슬 같던 모습은 전 세계 남성들로 하여금 '조로'를 질투하게끔 만들었었다.
이미숙이 '뽕'에 출연한 사실을 알고 있는가. 한복 입은 자태에 홀려 넘어간 남자들은 비단 영화 속 남정네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아직도 그 세 명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가 단지 '미녀'라는 단어뿐일까? 2003년 겨울, 그들은 진정한 '프로 연기자'의 이름을 얻었다.
영화관객들로서는 더없이 기쁜 일이다.
우리는 '바비 인형'이 아니라 '살아 숨쉬는 연기를 보여줄 배우'를 원하기 때문. 게다가 그녀들은 약속이나 한 듯 최근 찍은 영화들에서 일제히 자신들의 웃음에 침흘리던 남성들의 뒤통수를 치는 '꽃뱀'(?)으로 돌아왔다.
#매력적인 허리선- 캐서린 제타 존스
영화 '마스크 오브 조로' 하면 떠오르는 것이 기껏 조로의 칼질이라면? 당신은 여자임에 분명하다.
이 영화는 가면쓰고 말 타고 나와 온갖 폼을 다 잡던 '조로'를 제치고, 음악과 함께 등장해 우아하게 허리를 한 번 비틀어 줌으로써 여주인공이 승리한 영화였다.
당시 그녀의 매력 포인트는 이국적이고 귀족적이면서 글래머라는데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는 지난해 '시카고'에서 단지 '성적인 매력녀'로만 보이는 것을 거부했다.
그녀는 개런티가 적은 조연을 자청했고 주인공 역에 르네 젤위거를 적극 추천했다.
게다가 자신이 주연보다 돋보일까봐 걱정돼 긴 머리를 자르는 용기까지 보였다.
더욱이 최근 개봉된 '참을 수 없는 사랑'은 그녀의 연기력이 물씬 풍기는 작품. 너무나 정석대로 흘러가는 로맨틱 코미디에 너무나 섹시하면서도 너무나 진지한 그녀가 없었더라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사랑과 결혼에 냉소적인 꽃뱀을 연기한 그녀는 "이 영화에서 무엇보다 여성 관객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기죽이는 다리선- 니콜 키드먼
14세에 175㎝의 '롱다리' 덕분에 모델로 데뷔했다는 니콜(지금은 180㎝)은 초기 '톰 크루즈의 부인'이라는 꼬리표를 한동안 달고 다녀야 했다.
지난 1992년 '파 앤드 어웨이', 1999년 '아이즈 와이드 샷'을 찍으며 열연했어도 사람들은 톰크루즈와 팔짱낀 다정한 모습만을 떠올리기 일쑤.
하지만 그녀는 최근 여러 편의 영화에서 자신이 얼마나 연기력 있는 배우인지, 얼마나 똑똑한 배우인지 증명하고 있다.
이것이 단지 톰크루즈와 이혼했기 때문에 남편의 그늘을 벗어난 것으로 착각하면 오산이다.
'버스데이 걸'에서 그녀는 "예스"라는 말밖에 할 줄 모르는 러시아 신부 감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백치미의 대명사인 줄로만 알았던 그녀는 "영어를 못한다면 남자들은 혹하죠"라며 비꼴 줄 아는 지혜로운 여성임이 드러난다.
'도그빌'에서는 선량해 보이던 사람조차도 집단이라는 그물망 속에 갇히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를 소름끼치게 보여줬다.
#늘씬한 목선- 이미숙
'고래사냥'에서 안성기와 함께 열연했던 그녀를 기억하는가? 아니면 드라마에서 사랑에 빠진 그녀를 기억하는가? 아니면 CF를 기억할지도. 혹은 그녀에 대한 기억이 없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그녀는 그저 고만고만하게 예쁜 배우였을 뿐이니까. 하지만 다른 예쁜 배우들과 다른 점이 있었다.
우아하고 세련된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 낸 것이다.
'스캔들'을 보고 영화관을 나오던 한 무리의 여자들이 한결같은 톤으로 "너무 멋있지 않니"를 연발하고 있었다.
당연히 배용준을 염두에 둔 말인 줄 알았는데 계속되는 말은 "언니 삼고 싶다.
카리스마 짱이다"는 내용이었다.
바로 이미숙을 지칭한 대화였다.
그녀는 이제 '독특한 냉소와 엄청난 욕망, 차가운 절제'라는 그녀만의 이미지를 창조하는데 성공했다.
그녀의 욕망은 격정적이지만 천해보이지 않고, 비꼬는 말투는 냉소적이지만 이기적이지 않다.
한국에 그녀보다 더 매력적인 40대 여배우가 있던가. '여성들에게 사랑 받고싶다'던 캐서린 제타 존스, 이미숙에게 조언을 구한다면 어떨까.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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