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가을 추수하는 풍경이 자연스레 눈앞에 펼쳐진다.
넓은 벌판에 농기계가 이리저리 다니며 순식간에 벼를 베어 포대에 담아내는 모습에 잠시 회상에 젖는다.
일일이 낫으로 벼를 베어 말려 다음날 묶고 운반해서 밤늦게까지 탈곡한 뒤, 학교 수업시간에 꾸벅꾸벅 졸던 기억을 떠올리면 시대와 사회 구조의 변화에 따라 농사도 점점 기계화.자동화되어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세월이 유수같다더니 20년의 세월을 여행업에 종사한 나로서는 여행업의 서비스나 관광객들의 형태도 많이 변하고 있음을 느낀다.
철모르던 시절 관광학을 공부하고 서울 한 여행사에서 현장 실습한 것이 인연이 되어 여권서류를 들고 외무부와 각국 대사관을 다니면서 사증을 받던 기억이 엊그제 같건만 벌써 지천명(知天命)을 훨씬 넘겼다.
어린 시절 우리나라 관광은 국내관광과 외국인의 국내여행이 주류를 이루어 국민들의 해외여행은 자유롭지 못한 시점이었다.
그래서 여권을 만들어 외국에 나가는 것이 마치 큰 특권인 듯했고 국내여행도 전세버스 대절과 제주도, 홍도, 울릉도 등 도서지방의 여행이 전부인 듯했다.
전세버스를 타고 하루 종일 가무(歌舞)를 즐기던 순박한 시골 아낙네의 모습과 팁(TIP)을 받고 어찌 할 줄 몰라하면서 몰래 화장실에 가서 세어보곤 했던 기억이 새롭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처럼 이제는 아무나 해외여행을 할 수 있게 되는 등 그동안 여행의 형태도 많이 변했다.
단체여행이 개인이나 가족여행으로, 보는 관광이 참여하고 체험하며 즐기는 형태로, 철도나 전세버스 이용이 자가용이나 항공기 혹은 다른 레저용 운반기구로, 여관이나 호텔중심의 숙박이 콘도, 민박 혹은 펜션 이용으로, 그리고 주5일 근무로 무계획적인 여행이 계획하고 절제하는 형태로 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행의 정보나 예약은 컴퓨터 예약시스템을 통해 안방에서 할 수 있게 되었고 현지를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인터넷을 통해 현지 관광지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럼 우리들 미래 관광은 어떻게 변할까? 십 수년전 일요일 아침마다 어린 아들과 함께 TV에서 본 '은하철도 999'란 애니메이션처럼 은하계의 수많은 별들을 여행하면서 상상과 모험심을 키우는 우주여행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이런 시대가 오더라도 우리들의 따뜻한 인간성만은 잃지 않는 '관광의 개성시대'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희도 (주)우방관광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