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대-위기의 경북 수산업

입력 2003-11-06 09:00:59

중세 이후 바다에 관심이 높았던 국가들은 하나같이 선진국 대열에 올라있다.

팽창하는 세계 인구 때문에 인류는 바다가 제공하는 식량, 광물, 수자원 등의 자원획득을 위해 더욱 더 바다에 의존하게 될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특히 부존자원이 없고 인구가 조밀한 우리나라의 경우 국토의 3배가 넘는 대륙붕과 3천여 개가 넘는 섬을 가진 우리의 해양여건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바다로 눈을 돌려야 함은 미래 우리의 위상을 좌우할 중요한 과제이다.

그러나 최근 세계 상위의 수산대국이라는 명칭에 걸맞지 않게 수산물 수입국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것도 우리나라가 처한 안타까운 현실이다.

유럽국가들과 일본의 경우처럼 국민소득이 증가할수록 고급 단백질원인 수산물을 찾게되는 추세여서 식량산업인 수산업의 장래는 결코 위축되거나 도태되어서는 안되는 전략산업임이 분명하다.

최근들어 도시화에 따른 어촌인구의 감소, 젊은이들의 어업종사 기피와 어촌이탈 현상의 심화에 따라 수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이 뼈를 깎는 아픔을 겪고 있다.

수산계 고등학교 또한 신입생 모집에서부터 큰 시련을 겪고 있다.

포항해양과학고만 하더라도 교육과정을 학생, 학부모, 사회가 요구하는 수요자 중심으로 하기 위해 지난 2001년부터 일본 후쿠이현의 오바마 수산고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네벨스코이 국립해양대학교와 자매결연을 맺어 해외체험 원양실습을 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해양산업의 특성 중 하나가 일시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장기안목의 투자와 많은 재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 당국자들의 입장에서는 해양산업이 당장의 투자효과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우선 순위에서 밀리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지만 가뜩이나 위축돼 있는 경북 수산업계에 달갑지 않은 소식이 들려오는 것은 미래의 수산전문가를 양성하는 교육자의 입장에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 포항분소 폐쇄 소식이 그것이다.

포항분소가 올해 말 문을 닫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경북 동해안의 수산인들은 실망감을 넘어 분노를 느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제 강점기인 1940년대 초반에 수산시험장으로 출발한 동해수산연구소는 부산시 기장군에 위치한 국립수산과학원(옛 국립수산진흥원)의 업무를 축소하고 여러 해안도시에 산재해 있던 수산과학원 연구소중에서 동.서.남해의 중심에 동해수산연구소 등 3개(포항, 여수, 인천)의 연구소 및 분소를 설치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동해수산연구소는 동해 해역의 거점 연구소로 포항에 설립됐으나 지난 96년 강릉으로 이전한데 이어 불과 7년만에 분소마저 폐쇄위기에 놓였다.

이렇게된 원인은 당시 강원도에서는 도 차원에서 연구소를 유치하고자 지대한 노력을 펼쳤으나 경상북도의 경우 국가기관이 이전해와도 강 건너 불 보듯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당시의 그같은 사정은 경북도의 책임만이 아닌 지역 수산인을 비롯한 전체 도민의 책임이기도 하다.

전체적인 어업세력도 강원도보다 경북이 우세한데도 불구하고 동해수산연구소를 강원도에 뺏긴 사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답답할 뿐이다.

지난 2001년 강원도의 어업생산량은 5만9천여t으로 13만3천여t인 경북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상황에서 그나마 남아 있던 포항분소마저 문을 닫게됨으로써 앞으로 경북 동해안 어업인들이 겪어야 할 불편이 어떠할지는 상상하기조차 싫다.

특히 수산과학원이 통영분소는 양식환경연구소로, 목포분소는 해조류연구센터로, 또 군산분소는 갯벌생태연구소로 조직을 개편하고, 울산에는 고래연구센터를 신설하면서도 유독 포항분소를 없애기로 한 결정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오히려 포항분소를 동해안 심층수를 연구개발하는 심해자원연구센터로 확대개편하는 것이 경북 동해안 수산업의 나아갈 길이 아닌가 생각한다.

경북 동해안 수산인들의 교육과 정보제공처 역할을 맡고 있던 포항분소가 끝내 폐쇄돼 버린다면 위축돼 있는 경북 수산인들의 심정은 어떠할지 수산과학원을 비롯한 정부 당국은 정녕 모르고 있는지 궁금하다.

남해안 대형 트롤어선의 불법 조업에 이어 국가 연구기관마저 잃게 될 경북동해안의 수산업은 가장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좁아지는 경북 동해안 수산업의 입지를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전체 도민들이 심각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부분이다.

예병욱 포항해양과학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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