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표 개혁안'에 웬 비아냥인가

입력 2003-11-04 11:41:19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어제 지구당의 폐지, 기업의 직접헌금 사절, 돈공천 폐지 등을 골자로 한 '정치개혁 5대방안'을 정치권에 던졌다.

대선자금의 수렁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대안(代案)으로 던진 정치개혁의 승부수일 시 분명하다.

그래서 이 폭탄같은 선언을 내놓자마자 사방이 시끄럽다.

본란은 그러나 그 동기나 실현 가능성 여부를 떠나 '보수의 아성'에서 충격적인 개혁의 카드를 던졌다는 데에 의미를 찾고 싶고, 이를 기회로 하여 정치권의 개혁논의가 구체화되기를 바란다.

내가 먼저하면 쾌거요 남이 하면 꼼수라 하지말라. 대선자금 수사와 정치개혁이 병행돼야 함이 마땅하다면 정치권은 '정치개혁'의 보따리를 대화의 테이블에 당장 올려놓아야 한다.

내년 총선을 또 이 부패의 방식으로 치를 것인가?

최 대표의 폭탄적 제안에 가장 술렁이는 곳은 바로 한나라당 내부다.

기업 돈줄이 끊기면 당장 당(黨)이 부도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

지구당을 없애면 현역 위원장들 기득권이 날아가 버린다.

그건 곧 지역구 의원들의 엄청난 교체를 예고한다.

반발은 자명하다.

그러나 누구보다 이 제안들을 부끄러운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할 당사자는 소위 한나라당의 '중진' 들이다.

우리는 최 대표가 대선 자금으로 만신창이가 된 상황에서 '구원병' 노릇을 자처한 중진이 있음을 보지 못했다.

오히려 이 제안이 나오자마자 발목잡기에 급급한 분위기다.

이래 갖고서는 반전(反轉)의 기회는 없다.

최 대표가 뜻하는 바, 당내개혁의 핵심이 인적청산에 있음에 본란은 공감한다.

지역정서, 특히 대구·경북의 지역정서에 안주한 '정신 늙은' 국회의원들 물갈이 하라는 것이 유권자의 뜻이기도 하다.

한나라당은 최 대표의 제안을 뒤집어엎든 바꾸든 간에 시급히 단일개혁안을 내놓기 바란다.

민주당과 열린 우리당도 최 대표의 제안에 콧방귀부터 뀌는 태도는 틀렸다.

'보수' 한나라당이 정치개혁 하자고 하면 만시지탄이지만 환영한다고 해야지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니 하고 씹을 일이 아닌 것이다.

'개혁이 물건너가는 소리' 들리는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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