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칼럼-경쟁은 발전의 원동력

입력 2003-11-04 09:20:02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간다.

학교 시절에는 좋은 학교에 진학하기 위한 경쟁,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 위한 경쟁, 직장에서는 좋은 보직과 승진을 위한 경쟁, 사업을 확장하고 돈을 더 벌기 위한 경쟁 등 거의 모든 인생을 다른 사람과 경쟁하면서 보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남보다 더 많이 노력해야 하므로 경쟁은 참으로 힘들고 피곤한 것이다.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는 가급적 경쟁하지 않고 잘 살아보려고 시도했던 경제체제였으나 결국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와의 경쟁에서 실패하여 이 지구상에서 사라져 가고 있다.

정치적으로 공산당 지배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도 경제적으로는 시장경제체제를 운영하고 있으며, 북한도 최근에는 시장경제 제도를 조금씩 도입하고 있다고 한다.

시장경제는 시장에서 다수의 수요자와 공급자들의 경쟁을 통하여 가격이 결정되고 이에 따라 자원배분이 이루어지는 제도이다.

시장경제가 사회주의 체제에 비해 우월한 것은 이 제도가 경쟁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치열한 시장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보다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보다 값싸게 공급해야 한다.

따라서 경쟁은 소비자후생을 증대시킴과 동시에 그 산업의 효율성과 경쟁력을 높인다.

그러나 개인이나 기업 모두가 경쟁하기를 싫어하기 때문에 경쟁을 피하기 위하여 갖은 수단을 동원하는 사례가 많다.

시장에서 경쟁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어느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공급을 독점하는 것이다.

독점기업은 가격을 마음대로 올릴 수 있고 품질향상을 위한 노력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결국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게 되며 그 산업의 효율성과 경쟁력은 떨어지게 된다.

정부는 이러한 독점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기업간의 합병 등을 통해 시장을 독점화하는 것을 막고, 기존의 독점기업에 대하여는 독점력을 남용하여 가격을 인상하는 행위 등을 철저히 규제하여야 한다.

둘 이상의 기업들이 경쟁을 피하기 위하여 가격을 똑 같이 정하거나 공급물량을 조절하는 담합행위도 독점과 같은 폐해를 가져온다.

과거에 목욕료, 이발료 등 서비스 요금, 교복이나 시멘트 가격 등을 업자들끼리 담합하여 올려서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었던 사례가 종종 있었다.

이러한 담합행위는 공정거래법 위반행위로서 무거운 처벌을 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기업들은 감시의 눈을 피해 은밀하고도 지능적인 방법으로 담합을 하는 사례가 빈번히 나타나고 있다.

경쟁을 저해하는 또 하나의 요인은 정부의 규제이다.

기존 사업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신규 진입을 매우 어렵게 하거나 가격을 규제하는 것 등은 이의 대표적인 예이다.

과거 우리나라는 국내산업 보호를 위하여 외국상품의 수입을 규제하거나 외국인의 국내투자를 제한하였다.

이처럼 시장의 개방을 막아 국내산업을 보호하는 것은 일시적으로는 그 산업에 유리할지 모르나 중장기적으로는 그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반도체, 정보통신, 전자, 자동차, 조선 등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제품은 치열한 세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 강한 경쟁력을 가지게 된 반면, 서비스업 분야는 뒤늦은 개방으로 경쟁이 늦춰진 결과 아직도 국제경쟁력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이를 입증해 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교육 분야는 제도적으로 경쟁이 매우 제한되어 있다.

중 고등학교는 학생들이 학교를 선택할 수 없고 추첨에 의해서 배정하기 때문에 학교간의 경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학교나 교사들이 학생들을 잘 가르치기 위하여 열심히 노력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우리 교육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학생들이 학교를 선택할 수 있게 하여 학교간의 경쟁이 되살아나게 해야만 한다.

경쟁은 누구나 싫어하는 것이지만, 경쟁이 없으면 개인도 기업도 국가도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경쟁은 발전의 원동력이다.

김병일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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