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청 별관1층 민원실 한켠에 마련된 신용회복위원회. 20여평의 이 곳은 '절망의 적막감'이 짙게 깔려 있었다.
간간히 터져 나오는 한숨. 대기의자에 빼곡히 앉은 30여명의 얼굴엔 초조와 긴장이 잔뜩 묻어 있다.
눈조차 쉽게 마주치기 어려운 공간.
홍모(31)씨는 은행 대출금 등 3천만원을 갚지 못하는 바람에 신용불량자가 돼 이곳을 찾았다.
후두암으로 투병생활을 하다 지난 5월 돌아가신 어머니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2년간 여기저기 돈을 빌리다 신용 불량자란 꼬리표를 달게 된 것. 수천만원의 병원비를 감당하기엔 120만원의 월급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살던 집의 전세를 빼 회사 기숙사로 들어가고 차까지 팔았지만 역부족이었다.
급기야 홍씨는 올초부터 각 은행에서 150만원, 200만원, 300만원씩 돈을 빌려 '돌려막기'를 시작했고, 어느 사이 거래은행이 6, 7곳으로 늘었다.
홍씨는 "매일 걸려 오는 금융, 카드회사의 독촉전화때문에 전화벨 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멎을 듯하다"며 "이곳 저곳 알아보다 여기를 찾았고 상담을 거쳐 신용회복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지방에서는 처음으로 지난달 1일 대구시청 민원실에 문을 연 신용회복위원회 대구상담소에는 한달이 갓 지난 지금도 매일 160~170명의 상담자가 찾는 등 방문자가 줄을 잇고 있다.
문을 여는 오전9시 이전부터 오후6시까지 매시간 30여명이 삶의 마지막 끈을 잡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지난 한달동안 채무조정과 신용관리 및 회복을 위해 이곳을 찾은 사람은 2천300여명. 간단한 상담이나 지도를 받은 방문자까지 합하면 3천명이 넘는다.
신용회복위원회 김승덕 홍보팀장은 "전국의 경제인구 2천300만명 중 15%정도가 신용불량자이나 대구.경북은 지역의 경제상황을 고려할때 타 지역보다 불량자수 비율이 좀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그러나 다른 지역보다 신용회복에 대한 의지가 강하고 도덕적 해이는 덜해 신용회복자는 더 많이 생길 것"이라 말했다.
위원회는 대구상담소를 찾는 사람이 많음에 따라 현재의 출장상담에서 업무를 확대, 대구상담소에 상담원을 발령해 상주토록 하고 서울서만 이뤄지는 신용회복지원 확정자에 대한 신용 및 부채관리 등 교육도 대구에서 하기 위해 장소를 물색중이다.
또 대구.경북의 대학생과 예비대학생, 각종 단체를 대상으로 한 현금 및 부채 관리, 올바른 신용카드 사용법 등의 신용교육을 대구에서 정기적으로 갖는다는 계획이다.
위원회 교육홍보팀 이동기 과장은 "경기침체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바람에 빚을 청산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는 것 같다"며 "신용회복 신청을 하면 심사 및 채무조정을 거쳐 신용불량자를 면한뒤 일정기간 동안 매달 소득의 일부를 떼 빚을 갚아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신용불량자는 국민 7명당 1명꼴인 350만명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1개월미만 잠재 불량자만도 108만명에 이르고 있다.
위원회에 따르면 신용회복 지원자 중 60% 이상이 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빚을 진 것으로 나타나 불황으로 인한 가계파탄이 극심함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신청자 가운데 30대, 20대가 각각 9천968명(40.6%), 7천914명(32.3%)으로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 청년 신용불량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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