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온 줄 다 아는데 빈손으로 그냥 갔다 간 무슨 소릴 들을려구". (관광객 A)
"맞아. 다른 것은 몰라도 공산빵 몇 통은 들고 가야 욕 안먹어". (관광객 B)
이 대화는 현실 상황이 아니다.
대구시 동구 지저동 대구공항 진입로 맞은편에 위치한 조그마한 빵집 사장 김영만(41)씨가 꿈꾸는 미래다.
김씨는 지난 4월부터 7평 남짓한 빵집에서 '공산빵'이란 상표로 빵을 만든다.
아내(36)와 처남, 처형과 함께. 빵 종류는 단 한 가지. 4각형으로 명함 반 만한 크기다.
군 제대 후 책 외판에서부터 크리스탈 주방용기 판매까지 주로 영업만 해오던 김씨가 빵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98년 초. 윤활유 정유기 영업으로 번 돈으로 정유기 제조공장을 차렸다가 말아먹은 뒤였다.
"집사람이 결혼식에 갔다 답례품으로 롤케이크를 받아온 것을 보고 빵 공장에서 물건을 떼다 결혼식장에 납품하는 일에 뛰어들었죠". 1년 정도 롤케이크 '중개'로 제법 돈을 모은 김씨는 내친 김에 빵공장을 열었다.
하지만 자신의 공장에서 생산된 빵이 다른 곳에서 나오는 빵과 별로 차별화되지 않았다는 점 때문에 그는 다시 고민에 빠졌다.
"좀 더 특별한 빵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다 보니 대구의 명소 중 팔공산과 갓바위만큼 외지인에게 잘 알려진 것이 없는데 이를 상징하는 관광상품이 제대로 없다는 데 생각이 미치더군요".
김씨는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생각에서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경주 황남빵 '해부'에 들어가는 한편 '공산'이라는 상표를 특허청에 등록했다.
팔공산이나 갓바위 등을 상표로 쓰고 싶었지만 다른 이가 선점해 쓸 수 없었다고 한다
"제빵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지만 그분들은 너무 고정관념에 얽매여 있는 것 같았습니다.
할 수 없이 아내와 둘이서 밀가루와 씨름했지요. 맛 감정은 잠재적인 소비자인 주변 사람들에게 맡겼고요. 좀 더 예쁜 색을 내기 위해 오징어 먹물을 색소로 넣어보기도 했습니다".
많이 달지 않으면서 호박 특유의 은은한 맛이 오래도록 입에 맴도는 특징을 가졌다는 공산빵은 이런 산고를 거쳐 태어났다.
빵 1개 무게는 35~40g 정도. 소는 팥가루에다 호박과 찹쌀가루를 버무려 만들고 단 맛은 꿀과 물엿·설탕을 1대 1대 2의 비율로 섞어 낸다.
외피로 사용되는 밀가루와 소의 비율은 20대 80이다.
물론 방부제는 넣지 않는다.
상온에서 4일 정도는 보관 가능하지만 제품 질 유지를 위해 만든 지 만 24시간이 지난 것은 판매하지 않는다.
포장 용기도 복주머니를 본떠 직접 만들었다.
가게를 유동인구가 별로 많지 않은 곳에 낸 것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당장의 매출은 적더라도 정말 맛있는 빵을 만듬으로써 대구의 명물로 키워보자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개업하고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적자는 보지 않았다.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단골도 제법 된다.
지난 25, 26일 이틀간 대구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음식박람회에도 대구 동구청의 추천으로 출품하기도 했다.
'찹쌀을 넣어서는 빵이 안된다'는 고정관념을 깨어버린 김씨는 자신있게 말한다.
"'대구=공산빵'이라는 등식이 곧 정립될 것"이라고. 053)944-0065.
송회선기자 s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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