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대선자금전반에 대한 검찰수사를 촉구하고 나섬에 따라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대선자금전반에 대한 검찰수사 결과에 따라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물론 노 대통령 자신까지 포함한 정치권 전반이 회복불능의 정치적 상처를 입을지 가늠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한치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정치권이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판도라의 상자'로 여겨져 온 대선자금을 열어보겠다는 노 대통령의 초강수는 현 정치권의 판도를 완전히 흐트러뜨리고 깨뜨린 후 새롭게 판을 짜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고있는 승부수라는 지적이다.
노 대통령의 승부수는 대선자금수사가 진행될 경우 자신도 어느 정도 흠집이 나겠지만 한나라당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정치적 판단을 바닥에 깔고 있다.
이날 "누가 절제했는지, 누가 마구 썼는지 국민이 구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노 대통령의 발언에서는 한나라당에 대한 이같은 상대적 자신감이 배어있었다.
노 대통령은 이날 '거역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나 '국민의 요구'라는 등의 표현을 동원, 검찰수사에 대한 정치권의 협조를 압박하고 나서면서 대선자금에 대한 전면수사가 정치권의 새판짜기를 겨냥한 것이라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최근 언급해 온 '어차피 피할 수 없다면 극도의 혼란뒤에야 새싹이 나오는 법'이라는 발언을 분명히 한 것이다.
어차피 현재의 구도대로라면 내년 총선을 통해 과반의석 확보는 고사하고 신당의 미래조차 낙관할 수 없다는 점에서 노 대통령은 기존구도를 깨뜨릴 수 있는 강력한 수단으로 대선자금수사를 선택한 것이다.
이처럼 측근인 최도술 전 청와대총무비서관의 SK비자금수뢰의혹수사로 정치적 곤경에 처한 이후 지난 한달동안 노 대통령이 내놓은 정국돌파카드는 내년 총선이후를 겨냥한 그랜드플랜에 따른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낳고 있다.
재신임제안을 통해 일거에 국면을 전환한 노 대통령은 곧바로 국민투표를 수용, 야당의 공세를 무력화시켰고 이어 정국을 대선자금정국으로 급반전시킨 뒤 정치권의 빅뱅을 추진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지난 10월말 싱가포르방문에서 "귀국후 깔끔하게 정국을 정리하겠다"는 발언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대선자금 등 정치자금의 전반을 다 파헤쳐 과거를 정리하고 새롭게 판을 짜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선자금수사를 확대할 경우 노 대통령이 비교우위에 서있다고 자신하고 있지만 수사여하에 따라서는 노 대통령의 도덕성흠집은 물론 불법적인 선거자금이 드러날 경우의 파장을 쉽사리 예단할 수는 없다.
이와 더불어 특검법을 제출한 한나라당이 노 대통령의 전면적인 대선자금수사라는 승부수에 맞서 정치적 사활을 걸고 맞설 경우 정국은 한치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극한대결국면으로 치달을 공산도 크다.
다른 한편으로 그동안 검찰수사에 대해서는 간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해 온 노 대통령이 이날 대선자금전면수사를 사실상 지시하는 모양새를 보인 것도 검찰수사의 형평성 논란과 관련, 시비가 일 것으로 보인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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