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바퀴' 도는 CNG(천연가스)버스

입력 2003-11-01 10:43:03

대구시가 대기 오염을 줄이기 위해 2000년부터 시작한 CNG(천연가스) 시내버스 보급사업이 충전소 부족으로 각종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 2000년부터 CNG 버스 도입을 추진, 현재 433대가 운행되고 있는데 서울 1천672대 다음으로 운행 차량이 많지만 가스충전소는 고정식 4곳과 이동식 2군데 등 6개소에 불과한 것. 또 충전소의 위치도 도심 외곽이어서 버스운전기사들이 충전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이들 충전소에는 매일 새벽마다 CNG버스 기사들이 1, 2시간씩 길게 줄서 기다려야 하고 주차지에서 멀리 떨어진 충전소까지 왕복하느라 시간과 연료낭비도 커 버스업계와 시민단체에서는 충전소 확충 등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대구경실련 시민권리센터는 이와 관련해 1일 성명서를 내고 "일부 CNG시내버스의 경우 충전이 힘들다는 이유로 운행 중단하거나 도중 회차하는 부작용이 빚어지고 있다"며 "충전소 확충이 안되면 CNG버스 사업을 전면 재수정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구버스운송조합 역시 "조합차원에서 각 버스회사들의 어려운 사정을 여러 차례 시에 건의했으나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며 "이 때문에 일부 버스회사는 CNG버스 구입을 포기하고 심지어 경유버스로 바꾸기까지 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대구시는 정부차원에서 사업이 추진되고 있으며, 충전소 확충 지연으로 인한 시내버스 업계의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CNG연료비를 보조하고 있는 점을 들어 CNG버스 도입을 계속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대구시 구영수 환경정책과장은 "충전소 확충을 위해 수성구 범물동과 북구 검단동 등 2곳에 고정식 충전소 설치를 추진 중이며 이동식 충전소도 계속 늘릴 계획"이라며 "일시적인 문제로 사업계획을 수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한편 충전소 사업을 맡은 대구도시가스 홍승호 CNG충전과장은 "현재 회사에서도 충전소 확충을 위한 예산을 확보하고 있으나 부지매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면서 "땅만 확보되면 언제든지 충전소를 늘려 버스업계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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