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죽이기 시작됐나"

입력 2003-11-01 10:49:43

검찰이 지난 31일 이재현 전 한나라당 재정국장의 진술을 토대로 한나라당이 대선 당시 SK 외에 다른 기업으로부터도 거액을 받았을 가능성을 제기한 데 대해 한나라당은 강력하게 반발하면서도 검찰의 수사확대 움직임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병렬 대표는 소식을 접하고 즉각 사실확인을 지시한 데 이어 이날 저녁에는 이재오 비상대책위원장, 임태희 대표비서실장, 박진 대변인, 김규철 법률지원단장 등과 함께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파문 진화방안을 숙의했다.

한나라당은 일단 검찰이 이재현 전 재정국장 구속영장에 첨부한 의견서에서 추가 모금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한나라당을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아가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보고 강력히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또 이를 보도한 각 언론사에 정정보도를 요구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언론중재위에 제소하는 한편 민.형사 소송까지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심규철 당 법률지원단장은 이날 오후 이 전 재정국장을 면회하고 돌아와 "이 전 재정국장의 얘기는 최돈웅 의원이 SK로부터 받은 돈을 재정위원장실로 갖다 두라고 해서 날라서 차곡차곡 쌓아두었다는 것으로, 당시 재정위원장실에는 SK자금 이외에는 다른 돈이 없었다는 것"이라며 검찰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박진 대변인도 확인 결과 "이 전 재정국장이 그같은 진술을 한 적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면서 "검찰이 이 전 국장이 말하지도 않은 것을 근거로, 또 단지 당의 선거자금 일부를 같이 보관한 것을 추론해 다른 대기업에서도 거액의 자금을 받았을 것이라고 영장에서 추정한 것은 명백한 사실 왜곡"이라고 비판했다.

은진수 수석부대변인은 "검찰이 일개 실무자의 구속영장에 장황한 설명과 함께 '거액의 대선자금을 받았을 가능성' 등 일방적 추정을 언급한 점은 이 전 국장을 구속하려고 애를 썼다는 방증"이라며 검찰의 의혹제기를 '한나라당 죽이기'로 규정했다.

한나라당은 그러나 검찰의 추가의혹 제기가 단순한 추론이 아니라 상당한 근거를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당 주변에서는 대선당시 SK자금 이외에 다른 돈이 있었을 가능성이 심심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또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이같은 검찰의 의혹제기를 여론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에도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여야 대선자금 전모를 밝히기 위한 특검법안을 제출해 놓은 상황에서 또 이같은 의혹이 검찰로부터 나오고 있어 특검제 도입이 검찰수사의 물타기를 위한 방편이었다는 세간의 의심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사진:31일 오전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열린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홍사덕 총무가 이강두 정책위의장의 보고 도중 팔짱을 낀채 생각에 잠겨있다. 김영욱기자 mirag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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