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 굶어보자. 단 하루만 뱃속을 비워보자. 너무나 많이 먹고, 너무나 많이 마시고, 너무나 많이 소비하는 현대적 삶. 우리도 모르는 사이 우리의 소비욕구는 점점 증대되고 , 기계화되어 간다.
모든 사람들이 공격적으로 먹고, 공격적으로 마시고, 공격적으로 물건을 사고, 공격적으로 쓰레기를 배출하는 삶을 살고 있다.
과거 어느 때보다 물질적 풍요 속에 살면서도 우리들 욕망의 위장은 허기져 있고, 항상 배가 고프다.
지구상에 가장 잘사는 미국. 물질적 풍요로움의 극단에 이른 미국 사람들의 소비적 삶을 보여주는 책 '어플루엔자'는 물질적 풍요에 대한 근본적 반성 한번 없이 오로지 소비하는 일에 중독된 미국 사회를 고발하는 책이다.
소비하는 일에 즐거움을 찾고, 점점더 소비에 쾌락을 느끼는 연령층이 낮아지고 어린 소녀들의 취미가 쇼핑이 되어버린 미국. '어플루엔자'에는 공격적이고 광적인 소비를 통해 자신을 과시하고 동시에 쾌락을 얻는 자본주의적 삶의 불행을 보여준다.
현란한 먹을거리에, 번뜩이는 자동차, 주체할 수 없는 상품들의 유혹에 우리가 얼마나 중독되어 있는지, 얼마나 광고와 사회적 욕망에 길들여져 있는지, 얼마나 우리 삶이 어처구니없이 허비되고 있는지를 이 책은 생각케 한다.
경제적 불황과 실업난으로 우울한 지금 이 시점이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방향에 새로운 모색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아리스토텔레스는 "무제한의 부는 커다란 가난"이라고 말했고, 스토아 철학자 세네카는"과거에는 초가지붕 아래에서는 자유민이 살고, 노예들은 대리석과 황금 아래 거주했다"고 말했다.
비오고 바람 몹시 부는 날. 나뭇잎 제 생의 몫을 다하고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생각해본다.
단 하루만이라도 내 삶에서 한 발짝 멀어질 수는 없을까. 우리들 삶이 지금 어처구니없이 잘못 진행되고 있음을 반성해 보는 날이 하루쯤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루만이라도 굶어 보고, 하루만이라도 돈을 쓰지 않고, 하루만이라도 자기 생의 기울기가 어디로 기울어 있는지 돌이켜보는 것이 필요하리라.
김정용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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