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사에서 박정희시대(1961~1979)만큼 논란이 많은 시기는 없을 것이다.
한편에서는 기적적인 경제발전을 통해 빈곤과 후진성을 극복하고 오늘의 풍요로운 한국을 있게 만든 황금기로 묘사하는가 하면 다른 쪽에서는 파쇼적 통치와 민주주의 억압을 통해 우리 사회의 갖가지 모순과 병폐를 싹트게 한 암흑기로 지칭하고 있다.
'개발독재와 박정희시대'(이병천 엮음.창비 펴냄)는 접점을 마련하기 어려웠던 이 두 시각 간의 비판적인 대화와 상호대질을 통해 박정희시대를 조명하고 있다.
부제인 '우리 시대의 정치경제적 기원'이 말해주듯, 이 책은 박정희 시대는 한국의 근대가 파행적으로 형성된 시기로서 오늘 우리의 정치와 경제, 사회와 문화의 밑바탕을 이루며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총론과 1, 2부로 구성돼 있으며 집필진으로 이병천 강원대 교수, 이정우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진중권 문화비평가 등 12명이 참여했다.
먼저 총론에서 이병천 교수(경제학)는 박정희식 개발독재의 기원을 비스마르크의 독일과 메이지 시대 일본에서 찾고 있다.
이들 시대는 선(先)산업화, 후(後)민주화를 토대로 하는 '후발 제국주의 모델'을 채택, 경제발전을 꾀한 시대로 박정희 또한 이 모델을 택해 경제정책을 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교수는 박정희 모델의 특징은 단순히 이들 모델을 답습하는데 그치지 않고 당시 현실을 이용할 줄 알았다고 밝히고 있다.
박정희는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한국에서 민족주의를 이용, 대중적인 호소력과 동원력을 바탕으로 경제정책을 추진했으며 미국의 패권주의 및 미.일 동맹체제 아래에서 동반자로서의 지위를 경제정책에 적극 활용했다는 것이다.
이어 1부에서는 경제개발의 성공요인과 개발체제의 특징을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하고 있다.
이상철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박정희 시대의 산업정책'이란 글에서 박정희 경제정책의 특성을 짚었다.
그는 60, 70년대의 산업정책은 강력한 국가 통제 아래 연속성을 지녔다며 집중 육성에서 제외된 분야의 낙후성 등을 감안하면 전반적인 경제 성장을 이뤘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조영철 국회사무처 예산분석관(경제학 박사)은 '재벌체제와 발전지배연합'에서 국가와 재벌간의 연합이 경제발전에 기여한 면이 있지만 그 병폐도 만만치 않음을 상기시키고 있다.
그는 국가자본이 금융특혜의 형태로 재벌에 투자돼 투자 성과가 재벌에게만 귀속됐고, 이를 토대로 재벌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재벌 전횡 시장경제가 탄생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정우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은 '개발독재와 빈부격차'에서 박정희 모델이 양적 성장에서는 성공했으나 이는 질적 발전, 자유로서의 발전을 희생하면서 이룩한 성과라고 비판했다.
2부에서는 정치.사회적 측면에서 개발독재의 어두운 면을 살피고 있다.
한홍구 교수(국사학)는 1970년대 베트남 파병이 미국의 압력보다는 박정희 정권의 필요에 의해 적극적으로 추진되었음을 '베트남 파병과 병영국가의 길'에서 밝히고 있다.
문화비평가 진중권씨는 박정희 체제가 한국인의 정신구조를 바꿔놓은 광의의 파시스트적 생체권력이었다고 '죽은 독재자의 사회'에서 정의했으며, 홍윤기 동국대 교수(철학)는 '민주화시대의 박정희'를 통해 최근 일고 있는 박정희 우상화 담론에 대해 현실역사와는 거리가 먼 신화적 박정희를 가공해 낸 이데올로기적 성격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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