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홍기자의 대리운전 체험

입력 2003-11-01 08:46:23

낮밤을 뒤바꾸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대리운전 기사들도 그 중 하나다.

평소 술자리를 파하고 식당이나 술집으로 호출하면 묵묵히 귀가를 도와주는 이들이다.

얼큰히 취한 탓인지 모르나 그들의 뒷모습에서 삶의 신산이 진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그들의 애환을 한번쯤 경험하고 싶었다.

대리운전 체험을 위해 업체를 수배했으나 쉽지 않았다.

대리운전업이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여서 관공서를 통한 접촉은 어려웠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경찰관을 통해 이틀만에 포항 '에이스 대리 운전'의 손영호(33) 사장과 연결이 됐다.

그러나 대뜸 '어렵다'고 답했다.

"대리운전 보험에 가입해야 하는데다 운전능력을 확인할 수 없어 자칫 고객들에게 불편을 줄 수 있다"는 이유였다.

"1일 보험에 가입하면 되고 운전은 베테랑"이라고 설득해 겨우 허락을 받았다.

저녁 7시, 포항의 대리운전업체가 밀집한 상대동 골목길의 작은 사무실을 찾았다.

대리운전은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 사이에 집중된다.

그러나 업체 파악을 위해 조금 일찍 방문했다.

손 사장은 우람한 체격을 자랑했으나 말투는 아주 공손하다.

"3년 이상 서비스업에 종사하다 보니 성격이 바뀌었다"고 했다.

포항의 대리운전업체 수는 비수기인 여름에는 40∼50개에 불과한 반면 성수기인 겨울이 되면 80∼100개로 늘어난다.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술 손님이 늘고, 연말연시 망년회와 신년회 등 각종 모임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대리운전업계도 요즘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3월부터 불경기가 확산되면서 술 손님이 대폭 줄었다.

게다가 3년전 10여개에 불과하던 업체수가 10배 가까이 늘어나 요금 인하경쟁이 치열하다.

생존전략은 '소수로 많은 실적 올리기'였다.

포항의 대리운전업체 90% 가량이 직원 4명이 2인1개조로, 2개 운행팀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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