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8월 경북 북부지역에 내린 게릴라성 집중호우, 그리고 작년과 올해 몰아닥친 태풍 '루사'와 '매미'. 특히 북부지역은 수년간 엄청난 자연재해에 시달리고 있다.
지금까지 경북 북부지역의 기상변화를 추적해 예보한 곳은 480㎞ 떨어진 부산 구덕산 기상레이더기지였다.
기상 전문가들은 통상 레이더 관측거리가 400㎞인 점을 감안한다면 실효성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때문에 지난 99년 국민의 정부는 항구적이고 종합적인 수해방지 대책마련을 지시했고, 기상청은 청송군 현서면 해발1천120m의 면봉산에 기상레이더기지 건설을 시작했다.
그러나 자연재해 예방도 좋지만 심각한 환경파괴를 유발하는 기지 건설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도 높다.
▨ 연말 완공 예정인 면봉산 기상레이더 기지
기상청은 지난 1999년 9월 김대중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영천시와 협의를 거쳐 보현산 천문대 옆에 기상레이더기지를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기상청은 실시설계 용역까지 마무리 지었지만 영천시민들의 강력한 반대로 무산됐다.
안의종 전 청송군수는 "보현산 천문대와 연계한 관광벨트 조성을 위해 기상레이더기지 건설 유치에 나섰으며, 그해 12월쯤 기상청과의 공사계약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청송군은 이듬해 6월 청송군 현서면 무계리 면봉산 일대 국유림 16만2천257㎡를 기지건설용 공공시설 임지로 승인했다.
총사업비 90억여원이 드는 기상레이더 기지는 사무실(연건평 7천317㎡)과 진입도로(4.5㎞) 등을 포함해 올 연말까지 완공할 예정이다.
현재 공정률은 86%. 이번에 들어서는 면봉산 레이더기지는 서울 관악산을 비롯해 경기도 백령도, 강원도 동해, 전남 군산, 부산 구덕산, 제주도 등에 이어 국내 7번째.
안동기상대 김기락 대장은 "대구.경북지역의 기상관측은 현재 부산 구덕산 레이더기지가 맡고 있지만 거리가 멀어 신속.정확한 예보를 할 수 없었다"며 "면봉산 기지가 들어서면 경북지역의 재해예방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 심각한 환경파괴에 대한 비난 여론
'산이 높아 조수가 쉬어가는 곳'이란 의미의 '면봉산'(眠峰山)은 능선이 완만해 민봉산이라 불리기도 하고, 옛날에는 문봉산(文峰山)으로도 불렸다.
청송군 현동.현서면과 포항시 죽장면과 경계를 이루며, 금호강 지류 자호천과 낙동강 수계 길안천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문제는 면봉산에서 보현산으로 이어지는 명산 줄기가 천문대와 레이더기지 건설, 그리고 청송군이 개설 중인 현서면~갈천면 도로 때문에 심각한 환경파괴를 겪고 있다는 점. 천문대나 기상레이더기지 건설시 터널과 엘리베이터 등 친환경 공법을 사용하는 외국과는 자못 대비되는 현상이다.
한국녹색회 이승기 연구팀장은 "보현산 천문대로 올라가는 진입도로 때문에 태풍 매미 당시 보현산 남쪽(영천방향)은 엄청난 산사태를 맞았다"며 "청송 역시 레이더기지 건설로 수많은 산림이 파괴돼 심각한 환경변화와 자연재해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레이더기지 진입로 건설공사 때문에 면봉산 정상부터 계곡까지 4.5㎞ 구간에 신갈나무, 굴참나무, 물박달나무, 서어나무 등 20여종의 활엽수가 들어선 산림이 파헤쳐졌고, 한국 고유종인 도룡뇽이 살고 있는 생태계도 완전히 파괴됐다는 것.
한국녹색회 홍덕희 한방분과 전문의는 "서울 경동시장, 대구 약전골목, 영천 약령시장 등 국내 3대 약령시장에선 보현산을 약산이라 부른다"며 "식물의 보고인 보현산과 면봉산에서 채취한 약재는 다른 지역 약재보다 30% 이상 비싸게 거래될 만큼 청정지역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했다.
환경단체들은 레이더기지 건설이 교묘하게 법망을 벗어나 환경평가도 없이 추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기상대 관계자는 "환경영향평가 대상은 20만㎡ 이상인데 면봉산 레이더기지는 전체 면적이 16만㎡ 밖에 안된다"며 "환경파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송.김경돈기자 kdon@imaeil.com
사진:기상레이더기지까지 올라가는 진입로 개설 모습(사진 위)과 정상에 들어설 기상레이더기자 건설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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