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이후 한나라당에 쏟아지는 관심중의 하나는 이회창 전 총재의 정계복귀 여부였다.
그의 패배가 너무나 충격적이고 아쉬웠던 때문인지 미국에 체류하고 있는 동안에도 그의 정계복귀를 둘러싸고 많은 말들이 나돌았다.
그럴 때마다 그의 측근들은 "사람을 두번 죽인다"며 그런 말을 꺼내는 것 자체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표시했고, 이 전 총재도 20일 귀국 기자회견에서 정계복귀 가능성을 일축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정계복귀 문제가 또다시 정치권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그 이유는 그가 30일 대(對)국민 사과를 위한 기자회견 장소로 자택이 아닌 한나라당사를 택한 것 때문이다.
정계를 떠났다고 공언한 마당에 기자회견 장소로 당사를 택한 것은 정계복귀 준비를 위한 고도의 정치적 복선이 깔려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다시 말해 대 국민 사과를 개인의 일이 아닌 당의 공식적인 일로 보이도록 해 이 전 총재가 SK비자금 문제에 대한 당의 공식 대응라인의 한 축이 되도록 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이 전 총재도 이같은 '오해' 가능성 때문에 회견장소로 옥인동 자택과 당사 기자실을 놓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가 이같은 고심끝에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한 것은 한나라당에 쏟아지고 있는 여론의 비판을 자신이 짊어짐으로써 한나라당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상징적인 제스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정계복귀 문제를 둘러싼 그간의 언급이나 이날 기자회견 내용 등으로 미뤄 그가 정계복귀 준비작업으로 당사를 기자회견 장소로 택했다는 정치권의 해석은 '오버'했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적당한 때와 장소가 있어야 하는 법. 오얏나무 밑에서는 갓끈을 고쳐매지 말아야 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 전 총재가 기자회견 장소로 한나라당사를 택한 것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그를 또다시 정계복귀 논란으로 몰아넣었다.
그는 이날 회견에서 "정계복귀 얘기는 다시 나올 여지가 없다"고 단호하게 얘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계복귀 가능성에 대한 의심의 눈길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기자회견을 다른 장소에서 했으면 적어도 이같은 억울한 오해(?)는 받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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