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연탄공장 "갈곳 없어 문닫는다"

입력 2003-10-31 12:10:32

한동안 서민들의 겨울나기 필수품이었던 연탄이 기름.가스에 밀려나면서 대구의 연탄 공장도 오래지않아 역사의 뒤안길로 완전히 사라질 것 같다.

대구시 동구 신서동 반야월 연료단지가 내년 연말에 대구선 이설 공사가 완료되면 문을 닫을 예정이지만 공장을 옮길 부지 확보가 어려워 연료단지에 있는 연탄공장 3곳의 폐업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연료단지

연료공업단지는 1971년 정부가 대구시내 곳곳에 흩어져 있던 24개의 연탄공장을 6개로 합병하면서 현위치인 반야월지역에 입주했다. 이 곳의 연탄 생산은 1986년 4억1천439만장(22공탄 기준)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92년 1억9천2만장, 96년 2천520만장, 2000년 1천24만장으로 크게 줄었으며 요즘은 한달 기준으로 60-70여만장을 생산하고 있다.

연탄 소비가 줄면서 연탄 공장도 3개로 줄어 현재 대영.한성.협성 3개 공장이 가동중이다. 3개 공장은 대구선 반야월역을 통해 연탄 원료인 무연탄을 공급받는데 월 평균 화물열차 150량(8천t)이 필요하다.

문제는 내년 연말이후에는 신설되는 대구선 철로 옆으로 공장을 옮겨야 하는데 부지 확보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는 것. 당초 이전지로 거론된 수성구 고모역 부근은 주민 반대로 무산됐고 또다른 후보지인 동구 금강역 주변도 주민들의 거센 반대가 예상돼 대구시에서는 이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대구연료조합의 이기호 상무는 "지난 2일 대구시에 협조 공문을 전달하기도 했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다"며 "이 상황이라면 2005년부터는 공장문을 닫을 수밖에 없어 아직 연탄을 사용하는 서민들만 피해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마땅한 이전지를 찾을 수 없다"며 "때문에 향후 대구의 연탄수요는 영천이나 김천지역의 연탄공장에서 조달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래도 연탄만한게 있나요".

머지않아 사라질 전망이지만 대영.한성.협성 등 3개 공장은 성수기(?)에 접어든 요즘에는 그래도 부지런히 연탄을 찍어낸다. 90년대 이후 대부분 가정에서는 연탄이 사라졌지만 아직도 일부에서는 겨울 나기에 연탄이 필수적인 존재다. 오히려 최근에는 연탄 소비량이 해마다 2-3%씩이나마 늘어나고 있단다. 화훼 단지에서 연료비 절감을 위해 비용이 기름 보일러의 5분의1 정도인 연탄보일러로 교체하는데다 추억을 되살리는 각종 '연탄구이' 식당도 많이 생기고 연탄.기름 겸용 보일러를 이용하는 가정도 늘어나고 있다는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연탄공장들은 여전히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대영연탄의 이상직 과장은 "공장을 돌리고는 있지만 매년 수천만원씩의 적자에 시달린다"면서 "300원 수준에서 형성되던 가격이 경쟁으로 인해 자꾸 떨어지면서 적정 공급단가가 붕괴됐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연탄배달

"20년간 연탄 배달을 하다보니 아는 어르신들이 많아 그만둘수가 있어야죠. 아직까지 변두리 지역에서는 연탄 없는 겨울을 생각할 수 없죠" 수지는 맞지 않지만 안면 때문에 연탄배달을 계속한다는 구자만(50.동구 신서동)씨는 "이제 연탄배달은 오전 부업 정도로 하고 오후에는 날품을 팔고 있다"고 했다.

대구에서 구씨처럼 연탄배달을 하고 있는 사람은 모두 60~70명가량. 구씨는 "요즘은 리어카를 이용해 조금씩 운반하는 것이 아니라 트럭으로 한철 분량을 한꺼번에 운반한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연탄에 의존해 겨울을 나는 주민은 현재 3천여가구 정도 된다. 이들이 있는한 연탄 배달도 사라지지 않겠지만 대구의 연탄 공장이 사라지면 다른 지역에서 연탄을 들여와야해 물류비로 인한 가격 상승과 이로 인한 저소득층 주민들의 부담은 피할수 없을 전망이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