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황을 포착하고 집중 조사중…며칠 전까지도 전혀 모른다거나 기억에 없다는 말로 관련설, 수수설, 밀약설, 온갖설을 전면 부인하다가 이를 100% 시인함에 따라 새빨간 거짓말로 들어 났는데…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의혹의 시선을 돌리는데 전전긍긍하고…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지만… 추적이 어려워 미궁에 빠질 우려도 배제할 수 없으나…편견 없는 진실 규명을 위해…". 요즘 뉴스시간마다 첫머리에서 쏟아져 나오는 말들입니다.
이처럼 말이 담고 있는 정보가 진실과 멀어질 때 그 말은 혼탁한 잡음이며 시끄러운 소음일 따름이지요.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해설과 논설과 시론들,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나 고발과 말장난에 그치는 토론들, 우리는 어쩌면 변조되고 각색되고 날조된 말의 홍수 속에서 허덕이고 있는지 모를 일입니다.
그래서 정보를 많이 알면 알수록 세상사가 투명하게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미궁의 진흙탕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이 드는가 봅니다.
세상이 망하려면 먼저 말이 망한다고 합니다.
말이 망한다는 말은 진실성이 결여된 말이 횡횡한다는 말입니다.
터무니없는 사기와 과장으로 위장된 말이 건전한 의사소통의 수단이 아니라 진실을 왜곡하는 방편으로 악용되고 자신을 방어하고 타인을 공략하기 위한 무기로 활용되는 상황을 말합니다.
저녁 9시 뉴스를 시작할 때 먼저 이런 시 한편을 낭송하고 진행하면 어떨까요? "겨울 산을 오르면서 나는 본다.
/가장 높은 것들은 추운 곳에서/얼음처럼 빛나고,/얼어붙은 폭포의 단호한 침묵,/가장 높은 정신은/추운 곳에서 살아 움직이며/허옇게 얼어터진 계곡과 계곡 사이/바위와 바위의 결빙을 노래한다.
/…결빙의 바람이여,/내 핏줄 속으로/회오리 치라…"조정권 시인의 입니다.
아나운서의 목소리로 이런 시를 함께 듣고, 혼탁해진 우리의 정신을 결빙의 매서운 바람으로 씻어보면 어떨까요? 단호한 시선으로 자신을 되돌아보고, 진정으로 말하는 방법을 다시 배워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말의 오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모든 학교 교실에서는 아침마다 서늘한 시 한편을 읽고 나서 수업을 시작하는 것도 괜찮겠지요."갓바위 부처님은//가파른 산길 올라/무릎 꿇는 사람마다/-용서하라/-용서하라/등을 어루만져 주며/타이르고 있다//사람들을 내려보내고/빈 산을 지킬 때도/-용서하라/-용서하라/나무와 바위들을 타이르고 있다/지나가는 바람을 타이르고 있다". 우리 사회의 언어가 아무리 황폐해도 좋은 시에는 언령(言靈)이 시퍼렇게 살아있을 테니까요.
(아동문학가.문성초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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