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날'을 아십니까?"
11월 1일은 '시의 날'. 한국시인협회가 지난 90년대 초부터 시의 날을 제정하고, 시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해마다 다양한 행사를 갖고 있다.
그러나 시인협회의 간절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과 시의 틈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 '시를 읽지 않는 시대'=문화국가로 자부심이 높은 프랑스 경우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이라면 50~100수의 시를 너끈하게 외운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 국민들은 시를 몇 편이나 외울 수 있으며 모국어의 근원이라는 시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사뭇 궁금해진다.
대구시인협회 이진흥 회장은 시를 멀리하는 세태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대구시인협회 회원이 180여명 정도 되는데 20~30대 회원은 거의 없고, 40대 이상 회원이 대부분입니다.
시를 사랑하고, 쓰는 젊은 사람이 없다는 얘기입니다.
또 얼마전까지는 각 고등학교마다 학생들의 문학동호회 활동이 왕성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입시 때문인지 몰라도 학생들의 문학활동이 형식에 그치거나 크게 위축되고 말았습니다". 젊은이들이 빠르고 감각적인 문화에 익숙해진 탓에 깊은 사유를 필요로 하는 시를 멀리하고 있다고 이 회장은 진단했다.
시를 외면하기는 중.장년층도 마찬가지다.
한 때 서정윤 시인의 '홀로 서기', 도정환 시인의 '접시꽃 당신' 등 시집들이 베스트셀러가 됐던 적도 있었으나 최근에는 시집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은 매우 드물어졌다.
교보문고 문학담당 한 관계자는 "류시화, 이성복, 최승호 시인 등 지명도가 높은 시인들이 새 시집을 발표할 경우 고정 독자들이 시집을 찾을 뿐 전체 독자층에게 어필하는 시집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 인간에게 시의 의미는=칠레 출신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파블로 네루다는 그의 작품 '시'에서 시를 이렇게 얘기했다.
'그러니까 그 나이였어… 시가 나를 찾아 왔어. 몰라, 그게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어, 겨울에서인지 강에서인지. 언제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어, 아냐. 그건 목소리가 아니었고, 말도 아니었으며, 침묵도 아니었어, 하여간 어떤 길거리에서 나를 부르더군, 밤의 가지에서, 갑자기 다른 것들로부터 격렬한 불 속에서 불렀어, 또는 혼자 돌아오는데 말야 그렇게 얼굴없이 있는 나를 그건 건드리더군. 나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어, 내 입은 이름들을 도무지 대지 못했고, 눈은 멀었으며, 내 영혼 속에서 뭔가 시작되고 있었어'. 사람의 영혼에까지 깊은 울림을 주는 시에 대한 찬사이다.
김열규 계명대 석좌교수는 "마음 둘 데 없고 마음 붙일 데 없으면 그게 곧 설움이 되고 애달픔이 되었으며 외로움도 시름도 고달픔도 거기서 응어리졌고, 애처러움과 서글픔도 애달픔도 옹이로 박혔다"며 "이들을 푸는 풀이가 시가 되고 노래가 되었으며 그것은 잃어진 것의 되찾기, 수복과도 같은 것이었다"고 말한다.
▲ 시의 날 행사=대구시인협회는 2003년 시의 날을 맞아 '시민과 함께하는 시의 축제'를 마련했다.
11월 1일 오후 3시부터 대구박물관 대강당에서 열리는 시의 날 행사는 1부 시낭송 대회(학생부.대학 일반부)와 2부 문학 강연(김열규 계명대 석좌교수-마음 붙이기의 시학)으로 진행된다.
또 대금 독주, 독창 등도 선을 보인다.
문의 053-422-0550.
한국문인협회 경상북도지회(지회장 박찬선)는 11월 1일 오전 10시30분부터 상주시 은척면 성주봉 자연휴양림에서 제2회 '낙강시제(洛江詩祭)'를 연다.
대학생과 일반인들이 참가하는 한글 백일장을 비롯 문학 현장답사, 문학 심포지엄 체험 등으로 진행된다.
018-577-2690.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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