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大邱의 스핑크스

입력 2003-10-30 14: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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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사람들은 요즘 무척 불안하다.

지하철 사고에다 지역경제 황폐화라는 일상적인 불만들이 쌓여 그것이 초조 불안증세로 확대 발전된 것이 아니다. 최근 '유령' 하나가 대구를, 특히 수성구를 집중적으로 떠돌아 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과히 광풍에 비유되는 이 아파트 열기는 그야말로 대구 사람으로서는 청천벽력이다. 불과 지난해만 해도 아파트 분양가가 평당 400만원이면 상위에 속했다. 지금은 1천만원까지 호가하고 있다. 좀 더 뛸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청약 현장에는 새벽부터 줄을 서는 사람들로 2~3km씩 장사진을 친다. 주택회사들은 앞다투어 분양을 서두른다. 모처럼 활기찬 모습에 마치 건설 경기가 되살아난 듯한 착각에 빠진다.

지난날 대구 경기를 이끌어 온 양대 바퀴의 하나인 건설 경기가 살아난다는데 마다할 대구시민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그것이 환영(幻影)이라는데 있다. 가격이 뛴다는 것은 분명 수요가 있다는 증거다.

그러면 대구의 속사정을 보자. 지역총생산(GRDP)은 16년째 전국 꼴찌, 청년실업률은 전국 최고 수준, 전통 산업은 무너진 지 오래됐으나 신산업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그 뿐인가. 전국의 인구 5.5%가 사는 대구에 돌아다니는 돈은 겨우 3%밖에 안된다. 전국 평균 절반의 호주머니 사정으로 무슨 투기를 한단 말인가. 그렇다고 대구사람이 '돈놓고 돈먹는'데는 천부적인 봉이 김선달같은 장사꾼 기질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런 광풍을 일으킨단 말인가. 외부 세력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 '세계화 시대'에 서울의 돈이 대구에 좀 유입됐다고 웬 호들갑이냐고?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 유령같은 자금은 곧 대구를 빠져 나갈 것이다. 기초 체력이 형편없는 대구에 오래 붙어있을 이유가 없다.

조만간 대구 시민은 '평당 1천만원'이라는 풀리지 않는 화두를 붙잡고 울어야 한다. 쓰레기로 내버려 두는 한이 있더라도 집값이 떨어지면 일단 팔지 않는 것이 인간의 속성 아닌가. 서민들은 내집 마련하기가 더욱 어려워 질 것이다.

어떻게 비누 거품위에 앉아있으니 곧 벌어질 '나락의 현장'을 우리는 볼 수밖에 없다.

'대구테크노폴리스'니 '한방바이오 밸리'니 하며 아무리 새로운 성장산업을 찾아봐야 소용없다. 이 유령이 주는 충격은 근본을 뒤흔들어 놓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하필 대구인가. 대구가 약하기 때문이다. 인구나 도시 외형 규모로 봐서는 메트로폴리탄 급이지만 속은 곪아있다. 덩치 감당하기도 힘든 지경이니 투기 세력이 침입해서 알맹이를 빼가기에는 안성맞춤인 것이다.

이런데도 정부는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지방이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놓으라고 오히려 역공을 편다.

이런 외부 세력이 밀려올 때는 개인 스스로 깨닫고 공부한 뒤 대처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따라서 지도층이 먼저 울타리를 만들어야 한다.

이번 사태에 대구시는 무엇을 했는지 묻고싶다. 허울 뿐인 광역시, 세계로 뻗어가는 도시, 과연 위기관리 능력은 몇 점인가.

오이디푸스가 장성하여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에 스핑크스라는 괴물이 길을 막고 있었다. 수수께끼는 물론 '아침에는 네 발, 점심때는 두 발, 저녁에는 세 발로 걷는 동물은 무엇인가'이다. 못 풀면 잡아먹혀야 하는 목숨을 건 게임이다. 오이디푸스는 '인간'이라고 대답하고 유유히 사라진다.

그런데 지나가는 인간들마다 이 어려운 문제를 못 푸는 경우가 없는 것이 아닌가. 앞서간 인간들이 기출 문제를 유포해버려 정답이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배가 고픈 스핑크스가 고민을 하다 마침내 무릎을 쳤다. 다음날 지나가는 인간에게 물었다.

"언니와 동생이 있다. 언니는 동생을 낳고 동생은 언니를 낳는다. 이 자매는 누구인가" 당황한 나그네는 '인간'이라고 답하지만 이내 잡아먹히고 만다. 스핑크스는 마침내 배를 불릴 수가 있었다. 이것이 유명한 '스핑크스의 두 번째 수수께끼'다.

지금 대구에는 스핑크스의 두 번째 수수께끼가 유령처럼 돌아다니며 배를 불리고 있다. 스핑크스가 새로운 수수께끼를 낼 줄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그 문제는 대구 지역민 스스로가 풀어야 한다.

대구는 분명 서울과 다르다. 영양 실조인 사람한테 비단 옷이 무슨 소용있단 말인가. 그것이 대구가 안고 있는 한계요, 숙제가 아닌가. 스스로 문제점을 아는 자만이 문제를 풀 수 있다.

두 번째 수수께끼의 정답은 '낮과 밤'이다.

尹 柱 台(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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