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도시의 도심부는 주거시설이 대형 업무시설이나 판매시설 위주로 변하면서 상주인구가 감소하는 도심공동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퇴근시간에 사람들이 빠져나가면 도심은 우범지역으로 변하게 되고, 이러한 열악한 주거환경을 벗어나기 위해 사람들은 더욱 외곽으로 이주하는 등 여러 문제들이 발생하게 되었다.
도심거주를 장려하기 위해 시작된 주상복합건축은 재건축과 함께 새로운 주거공급방식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서울의 경우 최고의 편익시설과 고급자재 사용, 시원한 전망 등을 자랑하는 주상복합건축물은 높이와 고급스러움을 상징하는 화려한 이름처럼 가격도 높다.
초고층 주상복합건축물은 분양가보다 높은 프리미엄을 가지고 이제 고급주거의 대명사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세계 각국에서 초고층 주상복합건축물을 건설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도심에 수직적인 고층의 주거를 공급하는 대신 남는 공간을 도심의 공공공간으로 누릴 수 있도록 하는 환경성 확보에 있다.
그러나 근래 대구지역에서 개발되는 주상복합건축물의 경우, 아파트지구보다 높은 건폐율로 인해 충분한 오픈공간을 확보하지 못한 채 용적률 높은 또 하나의 콘크리트 구조물을 도심에 더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도심에서 토지피복율이 높아지고, 녹지면적이 감소하면서 발생하는 열섬(Heat Island) 현상 등의 삭막한 환경은 인간성 상실의 결과까지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소위 '나홀로 아파트'로 불리는 고층 주상복합건축물의 무계획적인 난립은 우리의 도시를 '살만한 곳'에서 점점 멀어지게 만들 뿐이다.
주상복합건축물은 주변환경에 어울리지 않는 큰 덩치로 도시 스카이 라인(sky-line)의 파괴, 조망 및 일조권의 침해는 물론이고, 교통이나 환경적인 부하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높은 분양가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아파트 입면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도심에 어울리지 않게 디자인된 외관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개개의 건축과 개발이 필지별로 제각기 이루어지는 데서 기인된다.
각각의 다양한 건축물들이 모여서 아름다운 도시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계획된 법칙 아래서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
지구단위계획에 의한 블록단위별 계획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1969년 미국 시카고에 세워진 '존행콕센터'는 세계최고층 단일 주상복합건물로서 주변의 고층건물과 잘 어울려 시카고의 랜드마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대지 3천평에 연면적 7만 8천평으로 지상 100층 중 45~92층에 700가구가 입주하였다.
소매시설, 오피스, 수영장, 헬스클럽, 슈퍼마켓 등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어 원스톱 생활이 가능하며, 건폐율 약 40% 외의 나머지 부분은 오픈공간 등 공공의 목적으로 이용되어지고 있다.
독일의 경우, 70년대 말부터 주택과 상업, 오피스, 공원 등이 한 단지에 결합된 도심형 복합개발이 적극 추진되고 있으며, 주차장은 모두 지하로 돌리고 지상공간 일부를 시민에게 개방하거나 우체국, 미니학교 같은 공공시설을 유치해 공익기능을 강화하는 개발패턴을 취하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대규모 단지식 복합개발로 알려진 '에비수 가든 플레이스'는 주거, 업무, 상업, 숙박, 문화오락기능 등 다양한 기능들이 복합되어 있고 부지면적의 60%를 오픈공간으로 조성하여 숲과 광장, 그리고 수변공간이 어우러지도록 하였다.
홍콩의 경우 정부 주도하에 대단위 단지로 계획개발되면서 내부거주자는 물론이고 외부사람도 이용할 수 있는 정원과 부대시설을 제공하고 인접건물들이 서로 연결되기도 한다.
또한 고밀도의 고층 건축물들 사이에 넓은 오픈 공간이 계획되고, 전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과의 밀접한 연계 등이 고려되어지고 있다.
앞으로 대구·경북지역에서도 주상복합건축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주상복합건축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되기 위해서는 과도한 개발이익만을 추구하는 무계획적 개발은 지양해야 할 것이며, 도시차원의 지속가능한 주거건축개발로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수익성 향상만을 고려한 기존의 계획방식으로는 개발 후에 대구도심을 더욱 고밀화되고, 삭막한 곳으로 변하게 할 뿐이다.
주상복합건축이 블록단위의 대단위 개발계획으로 고밀도의 도심에 충분한 오픈공간을 확보하고, 기존의 지역환경과 조화될 수 있도록 친환경적으로 개발한다면 초고층 주상복합건축은 도시형 주거의 훌륭한 대안으로서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