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용기있는 검찰을 보고싶다

입력 2003-10-30 14:12:19

요즘처럼 짜증나는 때가 없을 것이다. 9시뉴스 시간만 되면 처음부터 정치권의 부정한 선거자금 뉴스가 첫머리를 장식한다.

한나라당이 SK로부터 100억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한 푼도 받은 적이 없다고 우기다가 결국 당 대표의 사과발언으로 이어졌다.

한나라당이 SK로부터 100억원을 받았다면 다른 재벌기업이나 대기업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그렇다면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까지 받았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그렇다면 액수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노대통령의 당시 민주당이 돈을 받지 않았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미 대통령의 측근 최도술씨가 11억원을 받은 사실은 이미 검찰에서 밝혀졌다.

민주당은 한나라당과 신당(우리당)을 함께 싸잡아 공격하고 신당은 민주당을 향해 지난 총선자금을 문제삼고 늘어지고 있다. 꼴불견이 아닐 수 없다.

정치권의 온갖 압력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는 검찰이 앞뒤 보지 않고 철저히 수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바라건대 이번에야말로 여야를 막론하고 몇천, 몇백, 몇십, 몇원까지 밝혀내 그 부정의 규모를 철두철미하게 파헤쳐야 할 것이다.

또한 그에 따른 책임을 분명히 하여 직위 고하를 막론하고 처벌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야말로 부정한 정치자금, 불법적 선거자금을 조성하고 사용했다가는 국민들의 지탄과 더불어 그 정당의 존립까지 위협받는다는 사실을 똑똑히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동경지검은 그 집요한 수사로 말미암아 이미 내각이 일곱 번이나 무너졌음을 자랑스러운 전통으로 여기고 있다. 동경지검 특수부는 바로 이러한 전통으로 일본사회의 전설이 되고 일본 국민의 긍지가 되었다.

일본 검찰의 간부들은 이렇게 말한다. "내각을 무너뜨리는 것이 수사의 목적은 아니다. 그러나 진실을 쫓다보면 그 결과로 내각이 무너지는 것은 어떡할 도리가 없지 않은가"라고. 그렇다.

검찰은 그 수사의 결과로 인하여 대통령이 어떻게 될 것인지, 야당이 어떤 처지에 놓일 것인지는 생각하지 않아도 좋다.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나면 탄핵도 받아야 하고 사임도 해야 할 지경이 올지 모른다.

한나라당이 지난 선거에서 수백억원 또는 수천억원의 선거자금을 조성하여 부당하게 사용한 사실이 밝혀져 그것으로 인하여 총선에서 패배해 소수당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을 검찰이 걱정해서 수사의 수위를 조절할 수는 없다.

검찰이 해야 할 일은 오직 진실만을 따지는 것이다. 과거 검찰은 대통령은 말할 것도 없고 장관, 아니 장관 부인이 관계된 사건조차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

권력자의 눈치를 보면서 12.12쿠데타 사건을 한때는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고 했다가 또 권력자가 '역사 바로 세우기'를 외치자 곧바로 내란죄로 구속기소함으로써 스스로 손바닥을 뒤집기도 했다. 수도 없이 나타난 무슨 무슨 '게이트'에 정작 검찰과 그 가족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기조차 했다.

'뼈를 깎는 자기쇄신'을 수없이 외치면서 검찰은 끝없는 추락을 거듭했다.이제는 과거의 이러한 검찰의 불명예와 불신을 끝내야 한다.

이탈리아의 마피아는 온갖 뇌물과 압력을 통하여 정.관계, 심지어 수사기관과 재판부까지 자신의 손아귀 안에 넣고 말았다. 이러한 무소불위의 마피아를 상대로 그와 연관된 모든 세력과의 전쟁을 선언하고 실제로 마피아의 조직범죄를 퇴치하는 데 성공한 피에트로 검사는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깨끗한 손'으로 알려진 피에트로 검사는 이탈리아 국민의 영웅이자 자존심이 된 것이다.

우리도 진정으로 이런 영웅을 가지고 싶다. 온갖 압력을 행사하는 정치권에 맞서 유혹과 압력을 뿌리치고 오직 진실에만 기초하여 모든 부정과 불의와 부패를 파헤치는 검찰을 보고 싶다.

지난 선거의 자금모금의 모든 과정과 금액을 샅샅이 파헤쳐 국민들에게 공개하고 그 관련자들을 추상같이 엄단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이제 더 이상 선거가 '돈 잔치'가 되고 정치가 '돈 먹는 하마'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다. 이제 국민이 용기있는 검찰을 향해 박수 치고 헹가래 치는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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