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포럼-정치자금문제 해결 방법

입력 2003-10-28 09:02:51

국내외적으로 해결해야 할 현안과제가 산적해 있고 경제적으로는 지난 1997년 IMF 금융위기 때보다도 더 힘들다는 위기 상황 하에서, 지난 10월 10일 노무현 대통령이 갑작스런 재신임투표를 제안했다.

여기에서 촉발된 안개정국이 급기야 한나라당의 천문학적인 정치자금 수수 문제로 인하여 현재 국내정치 기상도가 한치 앞도 예견할 수 없을 정도로 온 국민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

오늘의 이 난국을 어떻게 지혜롭게 극복 할 것인가?

정치자금 문제는 바로 한국정치의 구조적 모순에 관한 문제로 역사 청산적 차원에서 철저히 다루어져야한다.

결코 여야 간의 양심선언을 통해 국민들에게 면죄부를 강요할 문제가 아니다.

비리척결 문제는 결코 사면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만약 정략적 차원에서 이 문제가 처리된다면 이는 역사에 대한 범죄로 아무리 어진 백성들이라 할지라도 결코 용서치 않을 것이다.

여야를 불문하고 공평하고도 엄정하게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노무현 정당' 창당을 위한 정지작업이라는 오해(?)도 불식시켜 주어야 할 것이다.

비리 척결의 성공여부는 최고통치자의 의지에 달려있다.

권력의 주변에는 항상 비리의 독버섯들이 또아리를 틀려고 도사리고 있다.

만약 '참여정부'의 주변에 대해 그러한 의구심이 있다면 대통령 스스로가 앞장서서 발본색원함으로써 감동의 정치를 펼쳐주기 바란다.

대통령이 솔선수범 하여 감동의 정치를 펼칠 때 위기의 국면은 전환된다.

떠나간 민심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민초들은 비록 분산적이고 스스로의 의견을 계통적으로 표현하지 못한다할지라도 무한한 사상 창조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따라서 지도 계층은 겸허한 마음으로 민초들의 학생이 되어 민초들의 의견을 경청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민심을 천심이라 하지 않았는가?

개혁의 성공은 혁명보다도 어렵다는 역사적 교훈을 명심해야한다.

오늘 우리사회가 안고있는 각종 모순은 결코 하루아침에 형성된 것이 아니며, 그것도 소수 지배계층 인사들만의 문제가 아닌 전 국민의 가치관과 관련된 사안이라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만약 소수의 지배계층에 국한된 문제라면 그 세력들만 교체할 경우 치유가 가능 할 것이다.

그러나 국민적 가치관 자체가 전도 된 상황 하에 나타난 현상이라면 올바른 가치관의 재정립을 위해 전체 구성원들이 함께 순교자적 자세를 가지고 공동으로 노력한다고 하더라도 정상화에 최소한 한세대이상이 소요된다고 역사가 말하고있다.

그러면 도대체 무엇이 우리를 이토록 어렵게 만들었는가.

한국 현대사를 돌이켜 볼 때 우리는 엄청나게 많은 시행착오를 범해왔음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무엇보다도 잘못된 과거를 청산하지 않으면 결코 올바른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평범한 역사적 진리를 거역해서는 안 된다.

세상이 바뀌어도 항상 권력과 야합한 자들이 득세한 '배반의 정치'를 이제는 과감히 청산해야 할 때다.

일제하 사각 진 하늘을 바라보며 조국의 해방과 독립을 애타게 고대하던 우국지사들과 이역만리 만주 땅에서 온갖 고초를 맛보며 일제에 대항하여 무장투쟁을 했던 독립투사들이 건국이래 과연 어떠한 대접을 받았던가? 이러한 현상은 그 후 '4.19', '5.16', '문민정부', '국민의정부'에 이르기까지 별 변화가 없었다.

'참여정부'도 과연 이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이제야말로 역사를 바로 세워야 할 때다.

2002년은 한국 현대사에 있어서 기념비적인 한해였다.

국제적으로는 새 천년을 열어 젖힌 월드컵의 함성이 세계인들로 하여금 한국의 위상을 재평가토록 하였으며 국내적으로는 새 대통령을 탄생시킨 네티즌의 등장으로 3김시대로 상징되던 낡은 정치를 청산함으로써 '참여정부'에 대한 국민적 희망을 부풀게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2003년에 탄생한 '참여정부'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였고 한국사회가 안고있는 총체적 모순과 구조적 모순 해결을 위해 대대적인 개혁작업이 진행될 것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우리는 '참여정부' 탄생 후 지난 8개월 동안 개혁의 성과를 피부로 체감하기는커녕 만성적인 부조리와 각종 비리가 여전히 청산되지 않은 채 오히려 역대 어느 정권보다도 미숙한 국정 운영의 난맥상에 심한 절망감을 느끼고 있다.

이는 기대가 너무 컸기 때문에 느끼는 좌절감 때문이기도 하리라.우리 사회가 과거에 대한 철저하고도 단호한 자기비판과 반성 없이는 절대로 정상적인 사회로 환원될 수 없다.

개혁의 성공을 위해서는 과거에 대한 청산이 기본적 전제라 할 수 있다.

실패한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하면 위기는 다시 찾아오기 마련이며, 잘못을 청산하는 작업이 없이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 결코 보장될 수 없다.

대통령이 솔선수범 해야 할 때다.

장병옥(계명대 교수 대한정치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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