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재민 지원센터 운영 한재흥 목사

입력 2003-10-27 14:04:06

"대구시내에 북한이주민(탈북자)들이 120여명이나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오직 살고 싶어서, 자유가 그리워 갖은 고초와 시련을 견뎌냈는데…. 하지만 우리 현실은 그들을 두 번 죽게 하고 있지요".

한재흥(44) 목사는 "어렵게 자유를 찾아 꿈에도 그리던 땅을 밟았는데 몇 개월도 채 안 돼 북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들을 때 무척 안타깝다"고 했다.

그들에게 우리 사회의 냉담한 시선은 견딜 수 없는 장벽인 셈이다. 그래서 한 목사는 지난 6월 북한이주민지원센터를 열었다.

똑같은 외모에 같은 말을 쓰는 우리 동포임에도 불구, 동남아의 외국인 근로자보다도 못한 대접을 받는 그들을 돕기 위해서다.

"거참 이상도 하지요. 노숙자나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한 성금은 답지하는데, 동포를 위해서는 너무나도 인색해요".

그는 우리 사회가 북한이주민들이 정착하기에는 황무지와 같은 곳이라고 했다.

"얼마 전 가족을 북에 두고 탈출했다는 40대 남성을 만났어요. 얼마나 서럽게 울던지…. 대구를 따뜻한 보금자리로 알고 찾아왔는데 정부에서 마련해준 아파트에 가보니 이불조차 없어 대구에서의 첫날밤을 뜬눈으로 보냈다더군요". 통일에 대한 얘기는 많이 하는데, 정작 통일준비는 안 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특히 이방인에 대한 이해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대구지역은 더욱 북한이주민들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고 했다.

또 대구지역의 열악한 경제여건도 문제다. 취업문이 좁아 안정된 생계유지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북한이주민들 사이에는 대구가 인기다.

"우리나라에 도착하면 정부에서 3개월 교육을 받지요. 그 후 정착장소를 선택하게 하는데 대구는 대학교가 많고 섬유, 안경 등 기술집약적 산업이 발달돼 있어 기술만 배우면 취업이 쉽다고 소개하기 때문이죠". 서울을 제외하고 대구에 120명이 넘는 북한이주민들이 살고 있는 이유다.

"대구시민들의 역할이 막중합니다.

남의 나라를 떠돌면서 숨죽이며 살던 동포들이 어렵게 대구를 찾았는데 냉담하게 등을 돌려서야 되겠습니까".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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