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물로 씻어줍니다"

입력 2003-10-25 10:41:07

"거동이 불편해 꺼렸던 목욕을 이젠 마음껏 할 수 있고, 무엇보다 다른 사람 눈치를 살피지 않아도 돼 너무 기쁩니다". 24일 울진군 보건의료원 광장에선 움직임이 불편한 중풍 또는 치매환자를 위한 '이동 목욕.건강봉사실' 발대식이 열렸다.

주민들은 휠체어와 욕조가 붙은 '휠라베스' 등 특수시설이 갖춰진 이동식 목욕차량을 보며 탄성을 올렸다. 이 차량은 울진군이 특별 주문해 제작한 것. 특히 가정에 노약자나 병약자를 두고 있는 사람들은 반가움이 훨씬 컸다.

지역의 거동 불편자 및 치매환자 수는 대략 700여명. 하지만 대부분 그간 목욕다운 목욕을 못했다. 온천으로 전국적인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울진으로선 부끄러운 일. 읍내에만 있는 대중탕도 노인이나 환자들이 이용하기엔 사실 불가능했다.

중풍 등 신체적 장애를 갖고 있는 이들은 심리적으로도 위축돼 스스로 이용을 꺼려왔던 것도 사실이다. 입욕비가 만만찮은 것도 하나의 이유.

이동목욕탕 운영 소식에 강용숙(43.울진군 후포면)씨는 "거동이 불편한 시어머니를 한번씩 목욕탕으로 모셔가는 일이 큰 어려움이었는데 한시름 덜게 됐다"며 기뻐했다.

중풍을 앓고 있는 황수일(73)씨도 "4천원이 넘는 대중탕 목욕비가 적잖은 부담이었다"며 "돈도 돈이지만 입욕객들이 불편한 몸을 자꾸 쳐다보는 것 같아 불편했었다"고 말했다.

이날 발대식을 가진 '이동 목욕.건강봉사실'은 군립의료원 직원들과 자원봉사자 3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5인1조로 10개 읍.면을 매주 두번씩 돌면서 목욕 봉사를 한다.

울진군은 보건의료원의 의료진도 파견해 간단한 진료 및 처방, 건강 상담 등 의료서비스까지 실시할 계획이다. 김용수 군수는 "이동.건강 목욕탕 운영으로 노약자나 치매환자 등 어려운 이웃 주민들의 불편 해소는 물론 그들의 장애나 소외감도 함께 치유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울진.황이주기자 ijhw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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