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盧 대통령 4당대표 연쇄회동

입력 2003-10-25 10:47:12

노무현 대통령이 재신임국민투표와 대선자금논란 등으로 꼬일 대로 꼬인 정국을 풀기 위한 4당대표와의 연쇄회동이 시작됐다.

25일 김종필 자민련 총재, 김원기 '열린 우리당' 창당주비위원장, 26일 박상천 민주당 대표,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 순으로 예정된 노 대통령과의 회동은 재신임국민투표와 대선자금문제 등 정국현안에 대한 각 당의 입장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노 대통령이 어떻게 조율해낼지 주목되고 있다.

◇청와대=싱가포르 동포간담회에서 "돌아가서 깔끔하게 정리하겠다"고 밝힌 노 대통령은 24일의 자민련 김 총재와 김원기 우리당 창당주비위원장과의 개별회동에서 현안에 대한 건의를 받았지만 구체적인 해법이나 입장을 제시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동을 통해 정치권의 대응을 파악한 후 한나라당 최 대표와 민주당 박 대표와의 회동에서 일괄타결을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동안 4당대표회동을 준비해 온 유인태 정무수석을 비롯한 정무수석실에서는 주요 현안에 대한 각 당의 입장을 취합해 사전에 보고하는 등 노 대통령이 '깔끔하게' 할 수 있는 해법마련에 골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측은 재신임국민투표에 대해서는 노 대통령이 밝혔듯이 시기문제는 조정할 수 있지만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힐 것이라면서도 대선자금문제와 함께 일괄타결을 기대하고 있는 눈치를 숨기지 않고 있다.

이병완 홍보수석은 "엄정한 수사와 철저한 검증이 없는 상태에서 고해성사를 하고 사면한다면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청와대는 대선자금에 대해서는 성역없이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철저한 수사를 한 이후에 정치적인 결단이 필요한 사안일 경우 노 대통령이 정치권과의 협의를 통해 결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한나라당=대선자금 문제, 재신임 국민투표, 이라크 파병 등 주요 정국현안에 대해 노 대통령과 최 대표는 확연한 입장차이를 견지해 왔으나 이같은 대결국면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정치권 전체의 공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대타협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노 대통령은 싱가포르 방문기간중 "돌아가면 깔끔하게 정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고 최 대표도 "할 말은 다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어떤 형태로든 해법이 도출되지 않겠느냐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이번 회동에서 최 대표는 대선자금의 여야 동시공개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즉 여야가 대선자금을 모두 공개하되 객관성 보장을 위해 특별검사제를 통한 검증방안을 마련하고 검증 후 사면한다는 방안이다. 최 대표는 이와 함께 정치개혁방안도 제안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도 이미 대국민 고해성사와 철저한 검증-사면-제도개혁 방안을 제시해놓고 있어 기본적인 입장에서는 의견접근이 이뤄진 상태다.

그러나 이같은 해법에 대해 시민단체 등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고 청와대 내부에서도 검찰 수사가 먼저라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어 어떤 결론이 내려질지 주목된다.

최 대표는 그러나 SK비자금 문제와 관련해서는 현재 진행중인 수사는 정정당당하게 받되 한나라당에만 불공정한 수사가 이뤄져서는 안된다는 것과 특히 검찰의 당 계좌추적은 즉시 중단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자금 문제와는 달리 재신임 국민투표에 대해서는 타협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노 대통령은 정치개혁 문제와 재신임 국민투표를 연계한다는 입장이나 한나라당은 측근 비리와 현대.SK비자금 등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거친 뒤 재신임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격론이 예상된다.

정경훈기자

◇민주당=26일 열리는 4자회담에서 한나라당이 대선자금 문제와 재신임 문제를 일괄타결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강력 성토하는 동시에 산적한 민생현안 해결을 강력히 촉구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재신임 문제에 대해서는 국민투표 자체를 반대하고 있는 만큼 일절 거론하지 않고 만약 회동 중 거론되더라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관여않기로 했다.

민주당은 25일 좬열린우리당 관계자들이 다수 연루돼 있는 노 대통령의 대선자금 문제와 국민적 의혹이 쏠린 한나라당 불법선거자금 문제는 국정조사 및 특검을 통해 진실을 밝혀 재발을 방지하는 것이 순리좭라며 좬양당이 그래도 강행 하겠다면 정치거래를 위한 뒷거래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좭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박상천 대표는 24일 '대선자금 고해성사 후 사면론'에 대해 " 대통령이 위헌적인 재신임 투표로 국민을 위협하고 한나라당과 야합해 대선자금 비리를 덮으려 한다", "선자금을 빙자해 최도술씨 11억원과 부산경제인들의 300억원 수수의혹 등 엄청난 뇌물사건을 덮으려 든다면 국정조사를 발동하고 특검을 도입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이같은 의사를 회동때 노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할 계획이며 뜻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당내 의견이 모아지는 대로 곧바로 원내투쟁을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김성순 대변인도 일괄타결론에 대해 "부패 원조당인 한나라당과 부패신장개업당이라는 지적을 받는 열린우리당측이 부도덕한 대선자금 비리문제를 적당히 덮고 넘어가려는 얄팍한 속셈을 부려서는 안될 것"이라며 "노 대통령은 주변의 총체적 비리를 이번 회동을 계기로 은폐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imaeil.com

◇열린 우리당=참여정부의 '정신적.정치적 여당'을 자임하고 있는 '열린 우리당' 김원기 위원장과 노 대통령의 회동은 각별하다.

'열린 우리당'은 재신임국민투표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당초 밝힌대로 12월15일 실시하자며 4당 중 가장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대선자금문제에 대해서도 철저한 조사와 고해성사이후 사면이라는 해법을 제시하는 등 노 대통령이 구상하는 정국해법과 가장 잘 통해 있기 때문이다.

이날 회동에서도 김 위원장은 재신임투표는 시기를 조정할 수는 있지만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는 당의 입장을 전하고 대선자금을 비롯한 정치자금에 대해서는 철저한 수사와 정치개혁에 대한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는 입장표명을 요청했다.

김 위원장은 노 대통령에게 386참모 등 청와대 비서실의 전면개편을 거듭 강조하고 나설 것으로 보여 노 대통령이 이에 대해 어떻게 결론을 내릴지도 또다른 관심거리다.

서명수기자

◇자민련=4당 대표 중 가장 먼저 노 대통령을 만난 자민련 김종필 총재는 현재의 국정혼란이 청와대 비서실과 내각의 위기관리능력부족에서 온 것이라면서 청와대와 내각의 개편 등 국정쇄신을 촉구하고 재신임 국민투표 철회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김 총재는 국민투표를 실시할 경우 자민련은 강력하게 재신임반대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히고 국민투표를 철회하라는 입장을 밝혔다는 것이다.

대선자금문제와 관련, 김 총재는 여야 모두 대선자금에서 자유롭지 않은 만큼 고해성사와 함께 정경유착의 잘못된 관습을 타파하는 계기로 성숙시키자는 입장을 전달했다.

노 대통령과 김 총재는 날씨를 화제로 말을 열었다. 노 대통령이 먼저 "가을이 아주 빨리 왔다"고 하자 김 총재는 "가을이 빨리오지만 북극의 얼음이 녹는게 큰 문제다. 제가 살아있는 동안은 별일 없겠지만…"이라고 화답했다.

노 대통령이 "6일 만에 (외국에 나갔다가)돌아왔는데 나갈때와 돌아올 때 나무색깔이 다르다"며 거듭 날씨얘기를 빗대 정치권의 논란을 지적하자 김 총재는 "가을이 빨리왔어요"라고 선문답식으로 대꾸했다.

서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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