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원 외유 논란 가열

입력 2003-10-24 14:03:30

지방의회 의원들의 관광성 해외연수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농민회 등 시민단체들은 지방 의원들을 겨냥해 '관광성 외유'라는 비난을 퍼붓고 있다.

의성군에서는 농민들이 의회 청사를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적절한 프로그램만 뒷받침된다면 지방의원의 '해외연수'는 지방자치의 의정활동에도 도움이 된다는 여론도 만만찮다.

◇태풍속에 외유를 다녀온 시.군의회

지난 1일 구미시의회 의원과 16명이 연수를 명목으로 외유를 다녀왔다.

이들은 1인당 287만원의 예산을 들여 8박9일 일정으로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등지를 돌아본 뒤 9일 귀국했다.

문제는 일정이 관광코스 위주로 짜여졌다는 점.

의성군의회도 지난달 17일 7명이 9박10일간의 일정으로 유럽 4개국 방문에 나서자 농민회 회원들이 반발, 의회청사 점거농성에 들어갔다.

농민회는 "피폐해진 민심을 수습하려면 지방의원들이 무분별한 행동을 군민 앞에 사죄하고 연수 경비를 태풍피해 성금 또는 군 발전을 위해 자진반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원들은 사과문을 발표하고 연수비용중 500만원을 자진 반납했다.

반면 성주군의회 등은 해외연수를 포기하는 지혜(?)를 보였다.

성주군의회의 경우 유럽 해외연수가 계획돼 있었으나 해외연수 경비를 수해복구비로 사용키로 했다.

영양군의회도 22일 중국과 일본, 뉴질랜드, 호주 등지의 해외연수 계획을 전면 취소하고 수해복구 및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시군의회와 시민단체의 갈등

의성군 농민회가 군의원들의 해외연수를 비난하며 의회청사 점거농성을 벌이는 바람에 연수 경비를 일부 반납했고 구미YMCA도 구미시의회 의원들의 해외연수 보고서 작성 제출 등 추이를 지켜본 뒤 주민소환 운동에 나서겠다며 벼르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2000년 9월 관광성 해외여행으로 물의를 빚은 달성군의회는 군내 농민단체의 격렬한 반발로 외유에 사용한 군 예산중 30%를 반납했다.

같은 해 경산시의회도 16박17일 일정으로 동유럽을 다녀온 뒤 경산지역 시민단체들이 의회 점거농성에 나서자 경비 30%를 내놓았다.

◇개선책은

시군의회는 해외연수와 관련 말썽이 잇따르자 지난 2001년부터 '의원 공무 국외 여행규정'을 만들고 이에 따른 '국외여행 심사위원회'도 구성하고 있으나 유명무실하다.

게다가 국외여행 규정은 '여행보고서를 제출받아 자료실에 비치하고 열람과 활용이 쉽도록 해야한다'고 못박고 있으나 이 또한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해외여행을 무조건 나쁘게 봐서는 안된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구미YMCA 김영민 사무국장은 "해외연수는 의원들의 견문을 넓히는데 유익한 점이 많다"면서 "다만 면밀한 계획을 세워 충실한 연수를 하고, 그 결과를 의정활동에 반영하도록 하는 의원들의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구미.김성우기자 swki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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