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읍에서 33번 국도를 따라 대가를 지나면 대가천이 나타난다.
이곳에서 지방도를 따라 금수면으로 가다보면 면사무소에 못미쳐 오른쪽에 해발 230여m의 노고산(할미산)이 있다.
노고산은 산 전체가 단풍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조금 가까이 다가가자 나무 사이로 15~20m 규모의 봉분들이 눈에 띈다.
요즘 묘지보다는 좀 크지만 봉분 위에 나무와 잡초가 무성해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알아보기 쉽지 않다.
금수면 명천리와 대가면 도남일대에 분포한 명천리 가야고분군이다.
성주읍 성산고분군, 월항면 고분군 등과 함께 3대 가야고분군의 하나다.
명천 고분군은 봉분 형태로 확인된 것만 341기에 이른다.
더 많은 고분들이 땅속에 묻혀 있다.
그러나 여타 고분군보다 학계에 늦게 보고된데다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훼손이 무척 심한 편이다
지난 2000년 경산대에서 실시한 정밀지표조사 결과, 확인된 고분군 모두에서 도굴흔적이 발견됐다.
밀양박씨 집성촌인 수름마을을 지나 산길을 따라 정상부로 올라서자 고분형태가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고분(29호)에 이르러 봉분 주위를 둘러보니 4군데 도굴흔적이 발견된다.
도굴부 입구에는 판석 등 석재들이 나뒹굴고 있다.
동쪽 도선만?통해 석실이 보였으나 흙으로 채워져 있어 내부는 볼 수가 없다.
다른 고분도 어느것 하나 성한 것이 없다.
뒤돌아 나와 윗수름재 마을 앞 동산을 찾았다.
여기도 마찬가지다.
도로변에 있는 고분(106호)은 앞뒤 두곳에서 길게 패인 도굴흔적이 있다.
옆 고분(107호)은 민묘를 쓰면서 봉분의 반을 점령해 버렸다.
이 마을 박희태(66)씨는 "몇년전까지 도굴꾼들이 수시로 들락거렸다"고 전했다.
박씨는 "누구하나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주민들도 밭을 개간하기 위해 고분들을 파헤쳤고, 토기 등 부장품을 파내 고물상에서 그릇 등 생필품과 바꾸기도 했다"고 말했다.
향토사학자인 제수천(67성주문화원장)씨는 "주로 토기류가 출토됐으나 금동관,칼 등이 나왔다는 얘기도 있다"며 "출토 유물 대부분이 외지로 흘어졌다"며 안타까워 했다.
때문에 고분의 주인공들에 대해 제대로 알려진 것이 없다.
다만 무덤숫자가 많고 주변에 가야관련 문화재가 산재해 상당한 세력을 가진 가야인이었을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성주군청 박재관 학예사는 "고대사회의 고분은 부장품때문에 조성 당시부터 파괴와 훼손이 이뤄졌다"며 "특히 야산에 흩어져 있는 가야고분군은 도굴꾼으로부터 안전할 수 없다"고 말했다.
명천리 고분군은 이처럼 문화재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으나 앞으로도 정비,보존된다는 보장이 없다.
다음 달에 경산대의 정밀지표조사 용역결과가 나오지만 정비대책 마련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정문화재 외 문화유적은 자치단체가 관리하고 있으나 연간 1천억원 남짓인 성주군의 열악한 재정형편상 예산투입이 힘들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부도 학술 발굴보다는 원형 보존정책에 우선하고 있어 매장 문화재가 빛을 보기는 힘들다.
이래저래 지방에 산재해 있는 각종 문화재는 무관심과 홀대속에 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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