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 아침밥을 지으며 불현듯 떠오른 상념. 간혹 아침이 너무 힘들고 싫었는데 이제 열흘 후면 정말 편안하고 행복해질까. 지난 3년을 오로지 너를 위해 나를 희생하기만 했을까. 너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오는 길에도 이런저런 생각이 그치지 않았다.
'새벽도 계절마다 아름다움을 달리하고 있다.
봄의 새벽은 준엄한 정결성보다는 식물성적인 윤기를 간직하고 있다.
말하자면 복숭아꽃이나 오얏꽃 가지 사이로 열리는 새벽은 부드러우면서도 찬란하다.
하지만 여름은 부드러움보다는 시원하게 찬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가을의 새벽은 부드럽거나 시원하기보다는 투명하게 아름답다.
하지만 겨울의 새벽은 식물성적인 그것이기보다는 광물성적인 것으로서 냉혹하리만큼 정결한 광휘와 찬란함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목월 선생님의 '겨울 새벽'에 나오는 한 대목을 다시 읽어 본다.
지난 3년 우리의 사계절 새벽은 어떠했는가. 그래 아직 음미할 겨를이 없어 구체적으로 정리할 수는 없지만 언젠가는 우리의 새벽에 대해, 우리의 밤에 대해, 우리의 불면의 날들과 환희의 순간들에 대해 고통스럽게 또는 아름답게 추억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
사랑하는 내 딸아,
내일을 예측할 수 없는 이 불확실성의 시대에 나는 너에게 어떤 확신을 심어줄 수 있는 말을 찾기가 힘들구나. 수험생을 격려하는 온갖 정보가 넘쳐나고, 시험을 잘 치게 하는 온갖 건강관리법이 나돌고 있지만 그 어느 것도 나를 솔깃하게 하는 것이 없구나. 나는 차라리 지금부터 쓸데없고 무책임한 말과 글에서 눈감고 귀닫은 채 널 위해 기도하며 남은 기간을 너와 함께 하기로 마음을 먹고 있단다.
사랑하는 내 딸아,
엄마는 네가 의식하든 안 하든 언제나 네 곁에 있을게. 가능한 한 그냥 지켜보고 있을게. 네가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따라 자신있게 걸어가거라. 엄마는 한 걸음 뒤에서 널 따라가마. 가다가 힘들면 손만 내 밀어라. 따뜻한 물과 따뜻한 온기를 전해줄게. 모든 것이 잘 될 것 같은 예감이 드는 오늘 아침. 하늘이 유난히 높고 푸르구나.
김영미(대구여고 박하늘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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